아이 방학에 띄우려고 보트를 샀는데, 사고 나니 이틀 동안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휴가온 동생과 함께 배 띄울 장소를 찾아 가보니 역시 물이 많아 배를 띄울 수 없다.
약 올리는 듯 비도 부슬부슬 내린다. 기왕 나온 거 회나 먹으러 울진으로 달렸다. 가던 중 소광리 삼거리에 도착하니, 강물이 깨끗하고 잔잔한 게 여긴 비가 안 온 것 같다.
울진행을 취소하고 소광리로...
사흘 동안 영주, 봉화는 비가 억수같이 왔는데, 여긴 비가 안 온 모양이다. 깊지도 않고 물살이 빠르지 않아 배 띄우기 딱이다.
이놈이 아버지보다 삼촌을 더 좋아한다. 둘이 노는 수준이 비슷하다.
그래 둘이 아주 멀리 가 버려라 이놈들아!!!
남들은 집 나오면 고기부터 굽는데, 우리는 오늘 가져온 게 쌀 조금, 감자와 양파 몇 개 그리고 돼지고기 200g이 전부다. 이걸로 카레밥을 해 먹는다.
전엔 올 때마다 씨알 굵은 꺽지를 엄청나게 잡았는데, 이제는 고기도 거의 없고 씨알도 잘다.
한 시간 정도 꺽지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녀 스무 마리 정도 잡았다.
옆자리에 놀러 온 분들 챙겨온 음식이 엄청나다.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어른 서넛이 반두로 고기를 잡는데 영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이때 슬쩍 잡은 고기를 드린다. "우리는 물고기 먹지 않아요" 하면서...
가는 게 있으니 오는 게 있다. 못이기는 척 삼겹살 굽는 불판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같이 먹는다. 이분들 가져온 음식도 많지만 해 먹는 수준이 보통 넘는다.
삼겹살을 먹다 보니 같이 온 아이들이 보트를 탐내는 눈치다.
까짓 거 보트 아낌없이 준다. 어느새 보트는 옆자리에 가 있다.
보트를 건넸으니 또 뭔가 주신다. 말린 가자미와 명태, 노가리를 불린 다음 양념해 찐 것 같은데 맛이 기가 막힌다.
어~ 기지떡은 봉화, 영주 사람들이 여름에 자주 해 먹는 음식인데, 혹시나 해서 사시는 곳을 물어보니 일행 중 한 분이 아버지 친구... ㅠㅠ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합석... 울진 사시는 분이 산문어를 사서 직접 삶아 오셨단다. 이런 거 무지 좋아한다.
오징어를 통째 쪘다.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예의상 몇 점 먹었지만 별로다. 이분들 주먹만 한 소라와 산 오징어를 두 박스나 가져왔다.
배가 터질 것 같은데 저녁까지 주신다. 저녁은 오삼불고기와 볶음밥. 어찌나 살갑게 챙겨 주시는지 처가에 온 것 같다. 방 많이 빌려 놨으니 자고 가라는 거 억지로 거절하고 왔다.
좋은 분들 만나 정말 잘 먹고 잘 놀다 간다. 오늘 만났던 분들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소서.
하루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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