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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소백산 철쭉 엔딩

by 변기환 2013. 6. 3.

소백산 철쭉 구경을 가기 위해 구미 선수를 불렀습니다. 순흥을 지나 배점못에서 초암사로 가는 길을 오늘은 막아 놨네요. 작년 겨울부터 초암사 아래에 주차장 공사를 하더니 아직 완공이 덜 돼 철쭉 구경 온 차량이 많아 주차할 곳이 없으니 출입을 통제하나 봅니다.



평소 썰렁하던 초암 주차장이 오늘은 철쭉꽃 구경 온 사람들이 타고 온 차로 꽉 찼네요.



초암 주차장에서 초암사까지는 약 4Km 정도 됩니다. 예정에 없던 길을 걷다 보니 마침 택시가 내려오네요. 15,000원 달라는 걸 10,000에 쇼부를 보고 초암사까지 타고 갑니다. 산에 가는 사람이 택시를 왜 타느냐고 하겠지만, 오늘 약 24Km 이상 걸어야 하니 조금이라도 걷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초암사를 지나 자락길 갈림길에서 직진합니다. 근심은 내려올 때 다시 가져가기로 하고 여기에 잠시 풀어놓습니다. 도망갈 놈은 도망가겠지요.



어젯밤 먹은 막걸리를 땀으로 한 바가지 쏙 빼면서 예전 절터가 있었다는 봉바위까지 쏜살같이 올라왔습니다. 오늘 정말 덥고 습하네요.



돼지 바위입니다. 국망봉을 오르면서 이놈을 볼 때마다 희비가 엇갈립니다. 정상이 30분 남았다는 기쁨도 잠시, 남은 30분 동안 숨이 깔딱 넘어갈 걸 생각하니 슬퍼집니다.



다~ 올랐네요.



드디어 올해 첫 철쭉꽃을 알현하는군요.



아~~~ 힘들게 올라왔건만 아쉽게도 철쭉이 많이 피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꽃망울 자체가 별로 없군요. 올 초 저온과 고온의 날씨 때문에 꽃망울을 제대로 맺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상태라면 며칠 후에도 별로 달라질 게 없겠네요.



여기 철쭉이 장관인데 보시다시피 초라합니다.



그래도 곳곳에 듬성듬성 핀 철쭉이 반겨주네요.



철쭉꽃이 절정일 때 상월봉 철쭉터널을 걷노라면 감성이 쫄깃해지는데, 올해는 맹숭맹숭합니다. 상월봉을 가기로 했던 계획을 포기합니다.



집사람이 멀리서 온 구미 선수를 위해 황송한 점심을 준비했군요. 일주일 전 어려운 수술을 해 몸 놀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괜히 미안해집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점심을 먹고 따뜻한 커피 한잔에 세상 근심을 잠시 잊어봅니다.



40~150mm 망원렌즈로 교체하고 멀리 상월봉을 땡겨봅니다.



상월봉 전체가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던 때를 떠올려 봅니다.



며칠 지나면 좀 나아질까요? 많이 아쉽군요.



멀리 비로봉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쉽네요. 아쉬워요.



철쭉을 수달래라고 합니다. 경상도 북부지방에서는 철쭉을 개꽃,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하죠. 먹을 수 있으니 참꽃이고 먹지 못하니 개꽃입니다.


은은한 분홍빛 꽃망울이 탐스럽고 이쁘네요.



꽃이 예쁘니 벌이 날아듭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비로봉으로 향합니다. 철쭉꽃이 활짝 핀 터널을 설레는 마음으로 지나갑니다. 나 잡아봐라~~~



국망봉에서 비로봉 사이에 할미꽃 군락지가 있습니다. 매년 볼 때마다 개체수가 점점 줄어드는군요. 어렸을 적엔 할미꽃은 꽃으로 치지도 않았습니다. 널린 게 할미꽃이 였으니, 그냥 잡초였죠. 할미꽃은 독성이 있어 뿌리를 돌로 짓이겨 물에 풀면 물고기가 배를 뒤집고 죽습니다.



내친김에 오늘 찍은 야생화를 몰아 올려봅니다.



산 목련이 이제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는군요.



둥글레



은방울꽃



올림푸스 E-420이 작고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는 편한데 조금만 어두워도 노이즈가 자글자글합니다. 그래도 야생화의 아름다움은 잘 찍어 주는군요.



정말 이쁘네요.



수국입니다.



이팝나무



꽃창포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입니다.



민들레



허~ 여기에서 대구 선수를 만나는군요. 세상 참 좁고 산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이산 저산에서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거의 다 왔네요. 비로봉이 코앞에 보입니다.



이 바위 더미에 철쭉꽃이 황홀했는데 아쉽게도 한 송이도 피지 않았네요.



인산인해



비로봉에서 철쭉 감시초소를 지나 연화봉 가는 길 까지 사람으로 꽉 찼네요. 비로봉 정상에도 바글바글합니다. 족히 1,000명은 넘겠네요. 잠시 한눈 파는 사이 구미 선수를 잃어버려 한 참을 찾았습니다. 겨우 200평 남짓한 정상에서 사람을 잃었다는 게 거짓말 같습니다.



저 멀리 제2 연화봉 강우 레이더 측량 탑이 어렴풋이 보이는군요.



몽롱한 풍경이 철쭉꽃에 대한 아쉬움을 보상해 주네요.



첩첩산중



소백산 천문대입니다.



소나무 새순이 쑥쑥 자라는군요. 내가 어렸을 땐 이맘때쯤 어른 엄지손가락 굵기만 한 소나무 순을 잘라 겉껍질을 벗겨 내고 속에 단물을 빨아 먹곤 했습니다. 제법 달달했지만, 송진 때문에 얼굴도 옷도 엉망이 돼 어머니한테 야단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철없이 했었던 모든 것들이 추억이 되는군요.



이런 광경은 보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막걸리 생각에 정신없이 뛰어 내려왔습니다.



급히 부추전과 막걸리를 주문합니다. "주모! 막걸리부터 먼저 주소."



건배~~~


막걸리 맛이 기가 막힙니다. 소백산 산신령이 먹는다는 감로수도 이보다 더 맛있지는 않을 겁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두 병을 비웠습니다.



아까 만났던 대구 선수를 여기서 또 만나는군요. 반가운 마음에 넷이서 건배~~~



두 잔 밖에 안 먹은 것 같았는데 벌써 5병을 비웠군요.



배도 부르고 적당히 취기가 올랐으니 슬슬 자락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문득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몇 년 전 봉화군 소천면 고선계곡에서 매제와 술이 떡이 돼 오밤중에 한 길이 넘는 물에 뛰어들어 객기를 부리던, 죽으려고 환장했던 기억이 떠올라 급히 마음을 추스릅니다.



근심을 내려놓았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근심이 많이 달아나 가져갈 게 별로 없네요.



범종이 나지막히 울리는 걸 보니 6시군요. 초암사는 비구니가 수도하는 절인데, 특이하게 범종을 택시기사가 치기도 하더니 오늘은 새댁 같은 총각이 치는군요. 깊고 잔잔한 울림에 얼마 남지 않은 근심이 싹 달아납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니 주차장을 채웠던 차들이 다 떠났네요.



오늘 수고한 구미선수에게 두툼한 목살을 궈줍니다. 유명하다는 맛집 가봤자 별거 없고 항상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는 동네 고깃집이 최곱니다.

오늘 약 20km 정도 걸었군요. 철쭉꽃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다가오는 현충일 계룡산에서 아쉬움을 채우기로 하고 오늘은 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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