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금오산을 오른 후 또 금오산을 찾았다. 오늘 다녀올 코스는 금오산 도립공원 주차장을 출발 금오산 주봉인 현월봉을 오른 다음, 성안 대피소와 칼다봉을 지나 금오산 관광호텔 쪽으로 하산하는 제법 긴 코스
아침 7시 30분 영주를 출발 9시 10분 금오산 도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구미 선수와 금오산 현월봉으로 출발...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다른 선수들이 보이지 않아 연락을 하니 기다리다 미리 출발했단다.
금오산성을 지나
순식간에 대혜폭포에 올랐다. 대혜폭포는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금오산을 울리다 해서 명금폭포라고도 하고, 폭포 아래 깊은 소는 선녀가 내려와 멱을 감는다고 해서 욕담 또는 선녀탕이라고 한다. 요즘 자전거만 타다가 오랜만에 산을 올라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번 등산 땐 전날 밤새 술을 마시고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쳐 대혜폭포에서 정상까지 무척 힘들었는데, 오늘은 쉽게 올라왔다.
할딱고개를 지나면 오르막이 씨다. 자꾸 뒤처지는 구미선수를 기다리니 조바심을 내는 것 같아 천천히 올라오라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산 아래는 봄이 완연하지만, 여긴 겨울을 보내기가 아쉬운 듯 마지막 심통을 부리고 있다.
약사봉 아래에 자리 잡은 약사암... 약사암으로 가는 좁은 암벽 협곡길에 세워져 있는 일주문에는 '동국제일문(東國第一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1시간 30분 만에 금오산 현월봉에 올랐다. 금오산은 현월봉, 약사봉, 부봉, 남봉, 서봉 등 여러 봉우리가 있는데, 그 중 현월봉이 해발 976m로 가장 높다. 산 봉우리에 달이 매달려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현월봉이라 한다.
오늘도 짙은 연무 때문에 전망이 좋지 않다. 산의 인격은 전망인데 주위 환경이 금오산 현월봉의 고매한 인격을 방해한다.
금오산 정상은 미군 통신기지로 사용하고 있어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 몇 년 전 반환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아직 그대로다.
정상 아래에 새로 설치하고 있는 미군 통신기지... 지금은 무인화 되었지만, 예전 여기에 막사 12동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 통신기지는 주한 미군과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 미군이 교신을 위한 시설이다.
정상석 바로 옆에 설치한 KBS 금오산 송신소...
테레비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테레비를 보지 않는 나는 왜 저 흉물스러운 시설을 꼭 산 정상에 세워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 산수의 기를 꺾어 인물의 배출을 막으려고 산마루 등 요지에 쇠말뚝을 박았다고 한다. 쇠말뚝을 박는 것과 세우는 것이 풍수적으로 볼때 다른지 모르겠지만, 지붕에 못하나 박지 못하게 하시는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똑같단다.
미리와 있던 선수들과 간단하게 점심 먹고 칼바봉으로 하산...
금오산 정상에서 출발이 늦은 문경 상지여고 산악부 지도교사를 기다리는 동안 등산객이 주는 막걸리 두어 잔 얻어먹었더니 살짝 취한다.
아주 오래전 성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고 성안이라 부른다. 작은 연못도 있고 주위가 널찍한 게 수십 가구는 충분히 살았을 것 같다. 구미시에서 이곳을 개발해 휴식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란다.
칼등 같은 칼다봉 가는 길... 좌측에 쌓인 돌무더기는 성(城) 흔적이다.
대전과 통영을 잇는 고속도로... 사통팔달 시원스럽게 고속도로가 뚫린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금오 저수지와 금오랜드.... 저 아래 어딘가 있을 금오 관광호텔 뒤로 하산할 예정
겹겹이 쌓인 능선 너머 어딘가 백운산(민주지산)이 숨어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가봐야 하는데...
칼다봉 능선에서 올려다본 금오산... 한 성격하는 거친 산이다.
칼다봉 가는 길은 잔돌이 많이 깔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줄줄 미끄러진다. 그리고 곳곳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염통이 쫄깃해지는 아슬아슬한 구간이 많다.
해발 715m 칼다봉
내려갑시다.
금오산... 조기 가운데 하얀 부분이 깔딱고개 전망대...
내려오는 길에 돌아본 칼다봉...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 듯 잔뜩 흐렸다.
거의 다 내려왔다.
영주는 아직 꽃소식이 없는데, 이곳 구미는 벌써 벚꽃도 꽃망울을 터트렸고, 곳곳에 진달래가 피었다. 이 좁은 나라도 아랫마을과 윗마을 풍경이 다르니, 땅 너른 중국에는 사계절이 공존하고 날아 다니는 사람도 숨 안쉬고도 사는 사람이 있을 게 분명하다.
서두른 탓에 예상보다 더 빨리 하산했다.
수고한 선수들과 막걸리 딱 한잔씩 하고 운전 때문에 못다 한 회포는 4월 말 팔공산 정상에서 비박하면서 풀기로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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