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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박봉산 봄 풍경

by 변기환 2013. 3. 24.

토요일 점심을 먹고 어머니생신 때문에 내려온 막냇동생을 앞세우고 어젯밤 먹은 술도 깰 겸, 운동 겸, 산책 겸, 겸사겸사 집 근처 박봉산을 올랐다. 박봉산은 영주시 이산면에 남북으로 길게 있으며, 영주에서 봉화군 상운면으로 가다 용상삼거리를 지나면 등산로를 알리는 자그마한 표지판이 서 있다.



표지판이 작아 길 찾기가 싶지 않다. 나도 몇 번이나 지나치곤 했는데, 용상삼거리 지나 독으로 장식한 마당 너른 집 오른쪽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농로가 있다.



박봉산 등산로는 왕복 3.6km 남짓 짧고 가벼운 코스기 때문에 오전에는 순흥 선비촌과 소수서원을 둘러보고 오후에 박봉산을 오른 다음 근처에 있는 괴헌고택, 덕산고택, 수도리 무섬마을을 돌아보면 딱 하루 코스가 된다.



좁은 농로를 10여 분 달려 농사일로 분주한 마을을 지나 동창재로 향한다.


일손 바쁜 이른 봄 객지에 나가 있던 아들·딸이 휴일이라고 농사일을 거드는 가 보다. 연장질 하는 자세가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내 집일은 죽을 동 살 동 모르게 하고 남의 집 일은 세월아~~ 네월아~~




동창재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오솔길을 걷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꽃샘추위가 대단했는데 이젠 정말 완연한 봄이다.


지독했던 작년 겨울 추위를 꿋꿋이 이겨내고 보리가 파릇파릇한 싹을 틔웠다. 자연은 인간의 간섭이 없으면 언제나 한결같다.



인간의 파괴 본능은 살아 훼손한 것도 모자라 썩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갈 육신을 위해 또 나무를 베고 산을 파헤쳤다.



동창재에서 박봉산까지 3.6km 왕복 한 시간이 조금 안 되는 거리다.



니들을 낮에 만난 게 천만다행이다.




벌써 산수유가 꽃을 피웠다. 내가 꽃샘 추위에 움츠려 있는 사이 봄은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진달래도 손톱만 한 싹을 틔웠다. 이제 멀지 않아 삼천리 금수강산이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들겠다.



솔방울을 보면 국민학교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에는 주물 난로에 조개탄이나 장작을 태워 난방했는데, 조개탄이나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 초겨울이면 5~6학년생이 학교 주변 야산에 올라 솔방울을 주어와야 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그랬다가는 난리가 날 일이지만 당시에는 흔한 겨울 풍경이고 중요한 행사였다.



솔잎혹파리 방제를 위해 소나무에 구멍을 내고 약은 넣은 흔적들...



잠시 오르자 영주댐으로 인해 철로를 이전하는 공사장이 눈이 뛴다. 우리나라는 토목공화국 삽질공화국...




봄이 왔다. 그만 자고 일어나거라...



노간주나무는 잘 휘어져 예전 소 코뚜레를 만들거나 소쿠리, 설피를 만들 때 사용했다.



나름 산이라고 짧지만, 제법 난이도 있는 코스도 있다.



돌봉



돌봉에서 내려다본 내성천 분지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자락에서 발원해 봉화를 지나 수도리 무섬을 휘돌아 소백산에서 시작된 서천과 만나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이백오십 리 내성천, 머잖아 영주댐이 완공되면 눈부시게 곱고 조각 같이 아름다운 내성천의 모래밭은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



넘어지면 코 닿을 곳에 박봉산이 보인다. 저기 이상하게 생긴 조형물은 산불감시 초소다.



느긋하게 이른 봄을 즐기면서 해발 390m인 박봉산에 올랐다.



박봉산 정상에는 널찍한 헬기장이 있고, 주위 전망을 볼 수 있도록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에 동서남북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나지막한 산인데도 전망이 뛰어나 매년 새해 일출 맞이 행사가 열린다. 내가 가본 어느 산보다 더 전망이 뛰어나다. 집에서 차로 오 분, 걸어서 40분 거리에 이런 산이 있으니 축복이다. 역시 산은 전망이 인격이다.



영주댐 공사현장






짙은 연무 때문에 멀리 내다볼 수 없어 아쉽다. 저기 도시 너머 어딘가 숨어 있을 소백산을 그려본다.



무슨 사찰인가 했는데 이제 보니 흑석사...



아쉬운 마음에 망원렌즈로 땡겨봐도 역시 뿌옇다...



내성천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봉화군, 왼쪽이 영주시...




요기도 산이라고 산악회에서 다녀갔다.



문이 닫혀있어 사람이 있는 줄 몰랐는데 산불감시 중이시다.



둘러봤으니 이제 내려가야지... 근처에 예천 공군 비행장이 있어 드나드는 뱅기가 가끔 맹숭맹숭한 풍경에 의미 없는 획을 그어 준다.



저기 울타리를 넘어서면



사진으로는 높이를 알 수 없지만 수십 길 낭떠러지가 있다. 돌을 던져보니 약 5초 후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절벽 근처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 거리고 염통이 쫄깃해진다.



ㅎㄷㄷ 족히 100m는 되겠다.



박봉산 정상에는 옥돌이 많아 옥돌 박(璞)자를 쓴다는 데 과연 사방에 옥돌이 널렸다.




13살 된 누렁이... 개 수명이 평균 10~13년이니 저 견공은 사람 나이로 치면 80은 넘었겠다. 그래도 주인을 끌고 다닐 만큼 정정하시다. 개도 나이가 많으면 치매를 앓는다는데...




이 동네는 한때 어깨에 힘 좀 줬을 양반들이 많이 살았던 것 같다. 풍수를 모르는 내가 봐도 좋은 터에는 어김없이 한자리 꿰차고 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 말씀이 이 고택이 무슨 문중 종택이라고 하셨는데, 나이가 들어선지 요즘은 귀담아 듣지 않으면 들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칠성루... 꼬장꼬장하게 한 세도 했을 선비의 모습이 그려진다.




옛것과 새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옛것을 버리기보다는 새것과 조화롭게 잘 융화시켜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 옛것은 무시하고 버리려고만 하니 안타깝다. 옛말 허투루 듣지 말고 고약 무시하지 말랬다.



"안테나는 지붕에"라는 게 언제부터 공식이 되고 상식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옥 지붕에 안테나라 부조화도 저런 부조화가 없다.



전형적인 ㅁ자 집...


대문을 들어서면 우측에 행랑채가 좌측에는 헛간이 있고 동쪽에는 부엌과 안방이 서쪽에는 사랑방과 작은 방이 있다.




연기에 그을린 천정이 세월의 깊이를 말해준다.


동상아 배고프다 돌아가서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수도리 무섬마을 잠시 둘러보고 저녁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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