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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무섬마을

by 변기환 2013. 8. 5.

한동안 이가 아파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며칠을 호되게 앓고 나서 그동안 못 먹은 거 실컷 먹고 집안에서 굼벵이처럼 굴러다녔더니 아랫배에서 포동포동 살찌는 소리가 들리네요.


일요일 오후 하늘이 금방이라도 시간당 200mm 이상 폭우를 쏟아 부을 듯 위협 하지만, 비 맞을 각오 하고 자전거로 수도리 무섬마을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핸드폰으로 이동 경로를 기록했는데 중간에 다 날아가 버렸네요.


오늘 다녀올 왕복 25km 가벼운 코스입니다. 죽을 똥 살 똥 모르고 달리면 약 한 시간, 여유롭게 달리면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운동 생색내기 딱 좋은 코스입니다.



평소 농협 파머스마켓을 지나 영주·안동 간 왕복 4차선 국도 밑을 통과



좌회전해서 영주 소방서를 지나가는데...



오늘은 직진해서 노벨리스 앞에서 좌회전합니다.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 핸드폰으로 찍었더니 뽀샵으로 아무리 다듬어도 원판이 별로라 엉망이네요.


아이폰이 웬만한 디카 수준은 되는데 iOS 7 Beta 버전을 올렸더니 카메라 성능이 기대 이하입니다. 특히 GPS 트랙을 기록하는 경우 앱이 백그라운드로 계속 실행 되어 있어야 하는데 설정에서 해당 앱을 백그라운드로 실행 되도록 설정 해 놓아도 얼마 지나면 어김없이 대기 상태로 빠지는군요.



오늘 불쾌지수가 올 들어 최고랍니다. 시원하게 흘러가는 서천을 보니 불쾌지수가 바로 유쾌 상쾌 통쾌 지수로 바뀌네요.



이 길이 내가 자전거로 즐겨 다니는 코스 중 가장 좋아하는 코스입니다. 도로가 좁아 위험한 듯하지만 다니는 차량이 별로 없고 급한 커브가 없어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왼쪽으로는 소백산 국망봉 아래 돼지바위에서 발원한 서천이 유유히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펼쳐집니다.



시원하게 뚫린 나만의 자전거 전용 도로가 사람 북적대는 탄천, 4대강 자전거 도로 부럽지 않습니다.



마음은 시속 50km 현실은 30km... 



도시가스 저장소입니다. 영주에 도시가스가 들어온다고 하니 놀라는 사람이 많더군요.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이 시골에 무슨 빌란가 궁금했는데 저기 쓰레기 들고 나오는 학생에게 물어보니 위생환경 사업소 사택이라네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경사가 장난이 아닌 오르막을 1km 정도 거품 물며 올라야 합니다.



돌아다보니 오르막이 정말 씨네요. 허파가 목구멍으로 넘어... 올...



고바이를 넘어서 왼쪽으로...



폐교를 전통문화 수련원으로 개조했으나 폐원... 전통은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고, 물 건너 온 낯선 십자가가 하늘을 찌를 기세네요.



개인적으로 이 코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내리막에서 대충 밟아도 시속 60km는 가뿐하게 넘는 스릴 때문입니다.


철없을 때 기차에 무슨 일 생기기를 기대하며 철로에 주먹만 한 돌을 얹어 놓고 숨어서 지켜보곤 했는데, 시속 60km로 달리는 자전거는 땅콩만 한 돌에도 뒤집힐 것 같습니다.



다~ 왔네요. 저기 다리를 건너면 수도리 무섬마을입니다. 돌아갈 때는 여기서 왼쪽으로 갈 겁니다.



어~~~ 시원코 조타~~~



다리 밑에 텐트 쳐 놓고 황톳빛 강물에 작년에 산 보트 띄워 가며 질릴 때까지 놀고 싶습니다.



무섬마을 보존회에서 수익사업을 하는군요. 사업 밑천은 정부 보조금일거라 추측해 봅니다.



무섬별곡이 열리는 8월 17일 요즘 부쩍 민요에 관심이 많은 집사람과 다시 오기로 하고...



건너왔던 다리에서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멀리 영주댐 공사로 이전한 철교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군요.



수도리 무섬마을은 서천과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에서 시작된 내성천이 만나는 곳입니다.



무섬마을에서 서천과 합류한 내성천은 회룡포를 휘돌아 삼강에서 문경시에서 흘러온 금천과 강원도 태백시 황지못에서 시작된 낙동강과 합류해 상주, 칠곡, 을숙도를 지나 남해로 흘러갑니다.



가끔 막걸리 생각날 때 들리는 주막입니다. 여기에 주막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겁니다. 식사도 할 수 있고 직접 만든 두부와 신김치를 곁들인 손두부가 먹을 만합니다.



사물의 이치를 알고 인간의 도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쥔장의 거침없고 해박한 얘기를 들어가며 막걸리 한잔 하다 보면 나도 반(半) 도인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꽁지머리를 하고 수염을 길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쥔장 뵙고 한잔하고 싶은데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네요. 잠시 목축이고 쉬다가...



다시 오르막을 오릅니다. 오늘 땀을 한 바가지는 흘린 것 같습니다.




강을 가로지르는 전선을 뽀샵 질로 걷어 냈더니 그림이 좋네요.



방금 건넌 다립니다. 건널 때는 몰랐는데 난간이 없어 위험해 보이네요.



돌아가는 길은 더 시원스럽습니다. 약물 복용한 랜스 암스트롱이 4,000km 투르 드 프랑스 대회를 달리듯 전력 질주해 봅니다.



문수역입니다. 문수역은 봉화군 석포역처럼 승객 수송을 위한 역이 아니라 노벨리스 화물역 같습니다.



명색이 면 소재지라 면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농협 다~ 있지만, 음료수 한 병 살만한 변변한 마트 하나 없네요.



나 없는 사이 요란한 소나기 한줄기가 지나갔군요.



폰카가 위대한 밤을 예고하는 아름다운 노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네요.



이 사진 찍고 나니 배터리 방전...


매사가 시들해지고 의욕이 없을 때 가끔 이렇게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야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다시 활력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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