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간의 황금연휴... 그냥 보내기 아쉬워 같이 놀 선수를 수배하니 사촌 형네와 사촌 동생네 두 가족이 같이 놀아 주겠답니다. 장소는 단양 영춘면에 있는 캠핑장... 폐교를 마을 주민들이 임대해 캠핑장과 숙소로 운영 중인데 주위 캠핑장은 자리를 못 잡을 만큼 성황이지만 이곳은 내가 미안할 정도로 한산하네요. 우리야 조용해서 좋지만 운영하시는 분 속 많이 타겠습니다.
먼저 도착한 사촌 형과 더위에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텐트와 타프 치고 대충 짐 정리를 하고 나니 뒤늦게 도착한 사촌 동생네는 식구가 세인데 동시에 열 명이 들어가도 여유가 있을 거대한 텐트 가져왔네요. 다를 그렇게 시작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결국은 크기와 고급스러움을 버리고 실용적인 것을 찾게 되지요.
먼저 술장고에 술부터 담가 놓고...
캠핑장 여기저기를 둘러봅니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개울에 누군가가 그물을 쳐 놓았네요. 그물, 투망, 배터리, 화약 등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운동장을 돌아 흐르는 수로에 발 담글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화장실과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장 등 캠핑에 필요한 시설은 있지만 대부분 사설 캠핑장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전기는 사용할 수 없으며 곳곳에 폐교의 흔적이 보이고 운영이 미숙해 보입니다. 교실을 군 내무반처럼 꾸며 놓았네요. 난방은 석유난로를 이용하는 듯합니다.
오늘은 복도 환경정리 하는 날...
캠핑장을 운영하시는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몇 분과 같이 쓰셨다는 책 세 권 얻었습니다.
사촌 여동생 덕분에 캠핑 와서 육회도 먹어보네요. 행복이란 게 무지개 너머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술잔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행복해지는군요.
시간이 되니 선수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뛰지마라 배꺼진다.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는 미래의 된장녀와 된장남들...
전속 요리사인 내가 떡볶이로 선수들 출출한 속부터 달랩니다.
떡볶이엔 순대지 말입니다.
대한민국 캠핑 요리의 대명사인 삼겹살은 굽기가 바쁘게 팔립니다.
고기 구워 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허기진 영혼들...
구수한 청국장을 끝으로 전속 요리사 제공 공식 만찬을 마무리하고...
이제부터 술 부족한 선수를 위한 비공식 만찬이 이어집니다.
집 나오니 녀자들도 즐거운가 봅니다.
이놈들도 어느 틈엔가 재미있는 놀잇거리를 찾았네요.
술에 취해 초점을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냈습니다. 아이가 고 3이라 음주 단속할 집사람이 오지 않았으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렸네요.
그렇게 즐거운 밤을 보내고 머리 아프고 속 쓰림과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괴로운 아침이 밝았습니다. 노숙 페이스 몰골을 하고 일어나 지난밤을 보냈던 흔적을 보니 도저히 치울 엄두가 나질 않네요.
오전 내내 치우고 정리하고 점심 먹은 후 짐 싸서 마구령을 넘어 돌아왔습니다. 다들 노느라 고생 많았고 여름휴가 때 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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