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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자전거로 다녀 온 예천 회룡포

by 변기환 2014. 6. 29.

그동안 저녁마다 자전거로 마실을 돌아다녀 말랑말랑했던 엉덩이에 굳은살이 붙었고 회음부도 적당히 단련 되었으니 오랜만에 장거리를 떠납니다. 오늘 다녀올 곳은 예천 회룡포...


영주에서 예천을 들러 점심 먹고 회룡포 갔다가 다시 예천으로 돌아와 무섬마을을 거쳐 돌아올지 아니면 예천에서 버스를 탈고 올지는 그때 봐서 고민하기로 하고 일단 출발합니다. 왕복은 100km, 예천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70km... 적당하네요.

영주에서 회룡포까지는 4차선 도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일부 구간이 자동차 전용 도로라 살짝 고민이 됩니다. 사실 자동차 전용 도로라고 해도 오토바이, 경운기, 자전거 다 댕기는 길이라 뭐라 할 사람은 없지만 태생이 모범시민이라 안전하게 국도를 이용할 겁니다.


꽤 많이 돌아갈 줄 알았는데 자동차 전용 도로와 비교하니 고작 4km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군요.

위험한 짓 한다고 걱정하는 집사람 안심시킨 뒤 비장한 각오로 무섬마을로 힘차게 패달을 밟아 BOA요.



초록이 점점 짙어갑니다. 구름이 껴 햇살이 따갑지 않아 좋은데 바람이 씨게 부는군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퉁퉁 붓겠네요.


소백산 국망봉 돼지 바위 아래에서 시작된 서천은 죽계구곡과 영주를 거쳐 무섬마을에서 내성천과 만나 회룡포로 흘러갑니다.



일요일이라 회룡포에 사람이 많은 것을 대비해 민망하지 않도록 몸에 쫙 붙는 쫄쫄이 자전거 전용 유니폼을 입지 않았습니다. 거울이 보일길래 이 자세 저 자세를 취하며 혼자 어렵게 사진 찍는데...



마침 가끔 무섬마을 가는 길에 오가며 만나는 칠순이 넘은 어르신이 오시길래 부탁해 한방 박았습니다. 햇볕에 얼굴이 타는 것을 방지하고 날벌레가 입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렸더니 내가 봐도 누군지 못 알아보겠네요. 남들은 배낭에 먹을 거 잔뜩 넣어 가지고 댕기는데 나는 달랑 물 한 병만 챙겼습니다.



가뿐하게 무섬마을 도착...



집에서 31분 걸렸습니다. 죽기 살기로 달리면 25분 안에 들겠네요.




무섬마을 입구에서 우측으로 갑니다.



약 500m 직진하다가 왼쪽 방향입니다.



멀리 안테나가 서 있는 산이 학가산입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로드 뷰로 이 길을 둘러보니 도로가 너무 좁아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좁지 않고 오가는 차가 거의 없어 몸도 마음도 여유롭습니다.



영주댐 공사 후 내성천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예전엔 강변에 고운 모래가 끝없이 깔려 있었는데 댐 공사로 인해 쓸려온 토사에 온갖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3년 전에 찍은 사진과 비교를 하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곧 댐 수문을 막고 담수를 시작하면 물길이 막혀 강물이 모래를 나를 수 없으니 내성천의 고운 모래를 볼 날도 머잖았습니다.



굴다리를 빠지면 예천땅입니다.



완만한 경사 같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가파르고 맞바람이 심하게 불어 더 힘드네요.



중앙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왼쪽 방향입니다.



예천 도착...



집에서 32km...



아침이 부실했나 벌써 허기가 지네요.



예천하면 매운면...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 해산물을 매콤하게 볶아낸 음식인데 양이 어마어마하네요. 평소 내가 먹는 양의 두 배가 훨씬 넘습니다. 특허받은 요리라 잔뜩 기대를 했는데... 짜네요. ㅠㅠ 짜도 너무 짭니다. ㅠㅠ 몇 젓가락 뜨다가 포기했습니다.



요기가 예천 농공단지 근처인데 이 길이 상당히 위험하더군요. 예천 시내를 잇는 도로와 영주 방향 우회 도로가 만나는 지점인데 좌우에서 쉴 새 없이 차가 달려대니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네요. 질주하는 차들 사이로 간신히 빠져 갓길로 나오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마구 구근 거립니다.



4차선 도로에 올랐습니다. 위험한 것 같지만 갓 길이 널찍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회룡포까지 6km 남았다네요.



좀 전에 6km였는데 7.8km ???



유유히 흐르는 내성천을 따라 나만의 자전거 전용 서킷을 전력 질주합니다.



회룡포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53km...



계속 21km 평균 속도를 유지했는데 막판에 자동차가 앞에서 알짱대는 바람에 20.9km로 조금 떨어졌네요.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록입니다.



일요일 오후인데도 무료 캠핑장엔 집 나와 방황하는 영혼들이 많네요.



이 다리가 이 동네에서는 뽕뽕 다리라고 하는데 다들 뿅뿅 다리라고 부릅니다. 뽕뽕 다리가 뿅뿅 다리로 불리게 된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회룡포가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은 어느 날 기자가 마을에 취재를 와 요상하게 생긴 다리가 뭐냐고 물으니 마을 어르신이 바닥에 구멍이 뽕뽕 뚫려있어 뽕뽕 다리라고 했는데... 경상도 사람이 경제를 갱제, 쌀을 샬, 경상도를 갱상도라발음하듯 할아버지 발음에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경상도 억양을 잘 못 알아들은 기자가 돌아가 뿅뿅 다리라고 기사를 냈고, 그 뒤로 뿅뿅 다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1박 2일에 소개된 후 회룡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늘었습니다. 회룡포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려고 조금 가다가 사람이 많이 혹 자전거 타는 나로 인해 불편해할까 봐 고마 돌아섰습니다.



봉화군 물야면 선달산 자락에서 시작해 300리를 흘러온 내성천은 회룡포를 지나 문경에서 흘러온 금강과 합류하고 삼강주막이 있는 삼강에서 낙동강을 만나 남해로 흘러갑니다.



문화센터라 예천군에서 세운 시설인 줄 알았는데 개인 집이라네요. 대문이 열려있어 들어갔다가 도독 놈으로 오해받을 뻔했습니다.



다시 예천으로 돌아왔습니다.



몇 번이나
자동차 전용 도로를 따라갈까 갈등하다가 안전하게 버스를 타기로 결정합니다.



버스 짐칸에 자전거 싣고 영주로 점프...



오늘 총 71km를 달렸네요.



평균 속도는 20km, 최고 속도는 45km...

기회가 되면 자전거로 전국을 돌아보는 게 소원인데 꿈을 꾸고 있으니 그 꿈은 언젠간 이루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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