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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자전거 사고

by 변기환 2014. 7. 16.

저녁 먹고 심란한 마음에 무섬마을을 다녀오다가 쪽 바른 직선 도로에서 35km 속도로 전력질주하는데 앞에서 달려오는 차가 헤드라이트를 불법 개조했는지 강력한 빛이 눈을 찌르는 순간 눈뽕...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어떻게 손쓸 틈 없이 그대로 어딘가에 충돌...

별이 번쩍하는 순간...


아~~~ 난 그냥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잠시 기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니 안 아픈 곳이 없다.

다행히 어디 찢어지거나 심하게 피 나는 곳 없고...

손가락 발가락 팔다리 움직여 보니 부러진 곳도 없다.



아래 레미콘 트럭이 내가 박은 차... 시키가 도로를 반 이상 물고 차를 세워 놔 불법 주차로 고발하려다가 참았다. 왼쪽을 강타했는데 저기 꽂혀 있는 파이프에 턱을 들이박아 입술이 심하게 찢어졌고 파이프 위쪽 구조물에 머리를 쳐 안전모 앞부분이 박살 났다.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자전거를 탈 땐 항상 안전모를 쓴다는 것과 턱을 때린 파이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냥 끼워 놓았다는 거... 저 파이프가 고정된 것이었고 안전모를 안 썼더라면 머리와 얼굴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앞니도 몇 개 깨졌다. 박은 차가 승용차였다면 차 값 물어줬을 텐데 레미콘 트럭은 박아도 내 자전거만 박살 났지 박은 흔적도 없더라.



쪽팔려 119도 못 부르고 집사람에게 전화하니 여편네 이럴 때 꼭 전화를 안 받네... 아픈 손으로 겨우 문자 넣고 무릎을 굽힐 수 없어 절룩거리며 잘 굴러가지도 않는 자전거를 질질 끌고 오다가 집 근처에서 사색이 된 집사람 만나 반가운 마음에 품에 안겨 살짝 눈물 흘리면서 아파 죽는 척 쑈 좀하다가... 집에 와 씻고 온몸을 자세히 살펴보니 팔·다리는 들 수 없을 만큼 아프고 부딪힌 머리는 띵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다. 맨몸에 35km 속도로 도로의 흉기인 레미콘 트럭의 날카롭고 각진 쇳덩어리를 들이 받았는데 이 정도 부상만 입은 건 정말 기적이다.



약 바르고 정신 차린 후 자전거를 살펴보니 앞바퀴는 완전히 휘어져 버렸고 핸들도 돌아갔으며 앞브레이크 레버 부분은 완전히 박살... 앞뒤 기어를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다. 한순간 방심에 돈 백 깨지게 생겼다.

자전거를 타면서 언젠간 이날이 한 번쯤은 올 거라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봐서는 병원 신세를 질만큼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다. 한동안 겁이 나서 자전거 못 탈것 같은데 이 와중에도 자전거 걱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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