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단풍 구경 삼아 단양 제비봉을 오릅니다. 단풍은 다음 주가 절정일듯하지만, 작년 엄청난 인파에 치여 고생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올해는 일찌감치 찾았습니다. 이른 시각이라 주차장이 널널하네요.
유람선 매표소도 한산합니다.
장회나루 모퉁이에서 가파른 등산이 시작됩니다.
다녀온 GPS 기록입니다. 왕복 4.3Km.... 1시간 59분 걸렸습니다.
만만하게 보고 올랐다가 욕을 하면서 내려오는 산이 제비봉입니다.
높이 721m 제비봉은 단양군 단성면 장회나루 뒤편에 있는 바위산입니다. 수상 관광지로 유명한 충주호의 구담봉과 옥순봉에서 동남쪽 머리 위를 올려다보면 절벽 위의 바위 능선이 제비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제비봉이라 부릅니다.
해발이 낮고 왕복 5Km 남짓한 짧은 코스라 준비 없이 오르는 사람이 많은데 제비봉은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고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추락으로 사망사고가 빈번한 아주 위험한 산입니다.
초장부터 가파른 구간이 이어지고 암봉을 지나면 날카로운 돌무더기를 오르내려야 하니 하산 때 다리가 풀려 위험할 수 있으므로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분은 정상을 정복하겠다는 쓸데없는 고집부리지 말고 힘에 부치면 바로 돌아서야 합니다.
화강암은 생각보다 무척 미끄럽습니다. 특히 비 온 뒤엔 얼음판과 같습니다.
슬슬 멋진 조망이 펼쳐집니다.
강 건너 말목산은 딴 세상인 듯 단풍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유람선이 풍악을 울리며 장회나루를 출발 청풍나루로 떠내려갑니다.
장회나루에서 1㎞ 거리의 암릉에는 분재를 닮은 소나무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있고, 산 아래엔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와 구담봉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며, 양옆으로 학선이골과 다람쥐골의 아찔한 절벽이 이어집니다.
땀을 한 됫박 쏟으며 높이 476m 암봉을 올라서면....
여기서부터는 지형과 수종이 확 바뀝니다.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뤄 비교적 조망이 나쁘고 날선 돌이 널려있어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단양 도락산, 공덕산, 구담봉, 제비봉은 미끄러운 바위산이라 추락사고가 많은 산입니다. 특히 제비봉은 최근 추락사고로 2명이 사망했으며, 심장마비로인한 사망사고가 잦은 곳입니다.
최근 10년간 에베레스트 등반 중 사망한 등반가와 셰르파가 80명이라는데 북한산 백운대 일대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무려 85명이라는 수치가 우리가 얼마나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등한시 하는지 바로 말해줍니다. 어제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축하 공연 중 환풍기 붕괴로 16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를 두고 벌써 언론에서는 주최 측의 책임을 몰아가는 분위긴데 남 탓하기 전에 사고의 원인은 스스로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강제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해발 3,000m 이상인 산이 무려 21개 나 되는 일본은 악천후에도 등산을 통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모두 본인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산에든 일상에서든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며 안전의 시작은 기본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쓸데 없는 얘기를 하는 사이 제비봉에 올랐습니다.
경치는 내려가면서 감상하기로 하고 걸음을 서둘렀더니 한 시간이 안 걸렸습니다.
점심 먹기에는 이른 11시. 통닭, 족발을 안주 삼아 거하게 취하셨네요. 산에서 음주는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짓입니다. 산을 자주 다니다 보니 사고를 많이 목격하는데 사고자 대부분이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잠시 숨 고르면서 절정을 향해 치닫는 장회나루의 가을 경치를 감상합니다.
제비봉은 수종이 다양하지 못해 단풍은 그닥....
그러나 발아래 펼쳐진 풍광은 내가 다녀본 산중 가장 빼어난 곳입니다.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이맘때 풍광이 극치입니다.
높고 공활한 가을 하늘은 평소 가물가물하던 월악산 영봉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당겨 놓았습니다.
바로 앞에는 금수산도 보이고....
오늘은 구담봉도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겠네요.
내가 산에서 만나는 등산객 대부분이 50~60대 어르신뿐인데 오늘은 젊고 예쁜 처자와 새댁이 많이 와 아무도 봐 주지 않는데 복장이 신경 쓰이는군요.
옥순대교 방향입니다. 옥순봉은 구담봉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네요.
남한강이 뱀이 기어가듯 용이 승천 하듯 바위틈을 비집고 충주호로 흘러갑니다.
소중한 내 초상권을 역광이 보호해 주니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오랜만에 인증 사진 한방 박았습니다. 오늘도 물 없이 달랑 사진기만 가지고 왔네요.
단풍은 다음 주가 절정일듯합니다.
한산하던 주차장이 꽉 찼네요.
버스가 한 무리 등산객을 쏟아 놓을 때마다 수십 명이 떼를 지어 내려가는 사람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치고 올라오는군요.
다~ 내려왔습니다.
왕복 두 시간이 안 걸렸네요.
단양 IC 근처 괜찮게 하는 식당에 들러 청국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죽령을 넘어갑니다. 나무에 불이 붙었군요.
나도 젊었을 땐 도로의 무법자였습니다. 2종 소형 면허도 있겠다 집사람에게 오토바이 얘기를 살짝 했더니 연애할 때 오토바이 뒤에 태워 한여름 땡볕과 한겨울 추위에 고생을 시켰고 몇 번 오토바이 사고로 마음 졸이게 했던 기억 때문인지 이혼서류에 도장부터 찍고 사든지 말든지 하랍니다.
소백산도 단풍이 절정입니다. 다음 주엔 소백산을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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