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 황금연휴지만 고3 수험생 때문에 멀리 여행은 못 가고 근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품고 있는 화산을 찾았습니다. 출발지인 병산서원은 고려 때부터 풍산 류씨의 사교육 학원인 풍악서당을 서애 류성룡 선생이 풍산면에서 지금의 병산으로 옮긴 것으로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무사한 47개 서원 중 하나로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입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것을 광해군 때 류성룡 선생의 위패를 모신 존덕사를 세우면서 사당과 서당의 기능을 갖춘 서원이 되었으며 일제 강점기 때 강당과 사당을 다시 건축하는 등 대대적으로 보수했다고 합니다.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나 있는 하회마을 길은 안동의 유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3개의 유교문화 길 중 2구간인 안동 한지와 삼구정, 병산서원, 하회마을을 지나 현회 삼거리를 잇는 13km 구간 일부입니다.
화산을 오른 후 하회마을로 내려가서 하회마을 길을 따라 병산서원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예상 거리는 약 10Km....
화산에서 하회마을로 내려와 연화사로 조금 가다보면 논 사이로 시멘트 포장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쭉 따라 가면 병산서원으로 돌아 올 수 있습니다.
화장실 지붕에 리얼 와송이 자라고 있네요.
병산서원 왼편으로 담장을 따라 등산이 시작됩니다.
오늘은 집사람이 따라 나섰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산을 오른 게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중년의 부부가 불륜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배낭은 집사람이 매고 나는 달랑 카메라만 들었습니다.
안동의 산은 대부분 나지막하고 둥글둥글 순합니다. 화산 역시 가파른 곳이 없어 오르기가 쉽습니다.
조금 오르자 서서히 조망이 나오는군요. 멀리 학가산이 보입니다.
현삼, 단삼, 고삼, 인삼과 더불어 오대 삼이라는 사삼(잔대)가 흔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사삼(잔대) 뿌리는 도라지와 매우 비슷해 겉모습만 보고는 구별하기 어려워 냄새를 맡아봐야 안다고 하는데 나는 냄새를 맡아도 구별을 못 하겠습니다.
나름 산이라고 많은 산악회가 다녀갔습니다.
점점 조망이 좋아집니다.
나무를 베지 않고 자연상태 그대로 계단을 만들어 놨습니다.
드디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집니다. 풍산의 너른 뜰과 학가산이 보입니다.
화산 정상이 보이는군요. 해발이 낮고 등산로가 밋밋해 산책하는 기분입니다.
일부러 쉬운 산을 골랐는데 여편네 자꾸 처지는군요. 그러게 평소 운동 좀 하라니까 말 안 듣더니....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 들판엔 벼가 노랗게 익어갑니다. 겨울에 왔을 때는 온통 비닐하우스 천지였는데 이모작을 하는군요.
멀리 경북도청사 이전 용지에 공사가 한창입니다.
청사 건물은 거진 완공이 되었지만 아파트 및 학교 등 기반시설은 아직 착공도 못 했군요.
실제 생활과는 동떨어진 허례허식을 강조하는 유교와 우두머리 정치, 정당 정치 그리고 극단적인 형식적 교육에 치우친 조선의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북인 만큼 청사의 지붕을 한옥식으로 덮었습니다. 쓸데없는 상징을 위해 쏟아부은 혈세를 생각하니 씁쓸해지네요.
완만한 능선을 따라 한참을 걸으니 잡목 사이로 하회마을이 살짝 보입니다.
병산서원 방향입니다. 가을 하늘 참 높습니다.
정상봉 표지석이 서 있고 근처에 쉴 수 있도록 큼지막한 정자를 세워놨네요.
내려다보니 하회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급히 망원렌즈로 갈아 끼고 땡겨봅니다. 하회마을은 서해 류성룡 선생을 비롯해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양반고을로, 원래 허씨와 안씨가 살았던 집성촌이었는데 조선 초 인근 풍산지역에서 풍산 류씨가 들어와 살면서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 되어 버렸습니다.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돌면서 동쪽에는 화산으로 막혀 있고, 남·서·북으로는 낙동강이 흘러 고립된 지형이라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 같은 전란을 피할 수 있어 삼신당, 충효당, 북촌댁, 겸암정사, 화천서원, 옥연정사 등 수많은 고택과 초가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미국 부시 대통령이 다녀간 곳으로 유명세를 타더니, 2010년 경주의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요즘은 방문객이 미어터집니다.
정상봉 표지석을 지나 조금 내려오면 화산봉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하회마을의 상징인 부용대가 보이는군요. 하회 16경 중 하나이기도 한 부용대는 64m 높이의 절벽으로 부용은 연꽃이란 뜻으로 하회마을의 모습이 연꽃 같고 하회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부용대라고 합니다. 몇 년 전 부용대 건너에서 허 도령과 하회탈에 얽힌 사연을 부용대를 스크린 삼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영상과 함께 연기하는 실경 뮤지컬을 본 적이 있는데 배우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는데 내려다보니 거리가 상당하네요.
부용대 옆에 옥연정사가 있습니다. 옥연정사는 임진왜란 후 정계를 은퇴한 서해 류성룡 선생이 기거하던 가옥이며 임진왜란의 회고록인 징비록을 구상하고 완성한 유서 깊은 곳입니다.
내려갑니다. 갑자기 하회마을에서 꽹과리와 징소리가 들립니다. 토·일요일 오후 2시면 무료로 볼 수 있는 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이 시작되었군요.
무심코 걷다가 순간 느낌이 쏴~ 해 발밑을 보니 냄비 뚜껑만 한 두꺼비가 숨어있네요. 너 길에 숨어 지나는 사람 놀래키다 언젠가는 밟혀 죽는다.
산에서 내려와 하회마을로 갔다가 이정표를 보고 병산서원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먼 길을 돌 것 같아 네이버 위성 지도를 참고로 농로를 따라 걷습니다.
예상대로 이정표를 만나는군요. 병산서원까지는 3.2Km....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잇는 길을 하회마을 길이라고 합니다.
길옆을 따라 낙동강이 흐르고....
백로가 낙동강을 여유롭게 날아다닙니다.
다시 병산서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화산입니다. 아담하네요. 화산은 산 모양이 꽃봉오리 같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늘은 걸음이 느린 집사람 때문에 약 10Km 거리를 4시간 넘게 걸었습니다. 둘이서 김밥 두 줄로 점심을 때웠더니 허기가 져 빨리 돌아가고 싶지만 도로 상황이 엉망이네요. 황금연휴에 탈춤축제 기간이라 하회마을을 찾는 차량이 풍산면까지 길게 줄을 섰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어 도로 양쪽까지 꽉 찼는데 기를 쓰고 밀려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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