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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태백산

by 변기환 2012. 1. 16.

태백산 등산은 대부분 유일사 매표소를 출발해서 천제단에 오른 다음 망경사를 거쳐서 당골로 하산한다. 매년 겨울 꼭 한번은 태백산을 오르는데, 오늘은 천제단과 화방재 구간 백두대간 길을 이을 겸 해서 긴 코스를 선택했다.

유일사 매표소 주차장은 등산객이 타고 온 버스와 승용차로 주차할 곳이 없을 만큼 혼잡했다. 화방재는 한산하리라 생각했는데, 화방재 역시 버스와 승용차로 가득 차 주차할 곳이 없다. 전에 함백산을 오를 때는 주유소에 차를 세워뒀는데, 오늘은 주유소에 차를 못 세우도록 단속을 하고 있다.

다른 차들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도로 옆에 차를 세워두고 천제단으로 출발했다. 주유소 바로 옆으로 천제단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나 있고, 함백산 등산로는 그 반대편 도로 너머 집 사이로 나 있다. 화방재에서 함백산 구간은 작년 2월에 다녀왔다.

함백산 등산


등산객이 얼마나 많은지 등산을 하는 게 아니라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올라가는 꼴이다. 대부분 산악회에서 같이 온 사람들이라 끼리끼리 모여 가기 때문에 세월이 없다. 이 속도로 가다 보면 너무 늦을 것 같아 양의를 구하고 앞지르기 시작했다.


사령길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표 없이 떠밀려 통과했다. ^^


유일사 매표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유일사 쉼터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길이 이어진다


유일사 쉼터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얼마나 어수선하고 시끄러운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화방재에서 출발한 사람들과 유일사 매표소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나서 천제단을 오르니 이제는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대충 둘러봐도 수백은 돼 보였다.


저기 탁발하는 중은 몇 년째 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심히 지켜보니 벌이가 꽤 쏠쏠해 보였다.


천제단이 가까워지자 뒤로 함백산이 보인다.


천제단까지 능선에는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 많이 왔는지...


오른쪽으로 미군과 우리 군(軍)이 함께 사용하는 필승 사격장이 보인다. 필승 사격장은 구룡산을 오를 때와 작년 여름 춘양 참새골에서 천재단까지 대간 길을 걸을 때 자세히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

춘양 참새골에서 태백산 천제단까지
도래기재에서 구룡산 신선봉


겨울 태백산 천제단은 거대한 노천 식당이다. 수많은 사람이 먹어대는 반찬 냄새로 서 있기가 곤란할 정도로 역하다. 그리고 곳곳에 산악회에서 시산제(始山祭)를 지낸다고 시루떡과 돼지 머리, 막걸리를 놓고 절을 하고 그걸 찍고 웃고 떠들고 돼지 입에 돈을 더 끼워라 마라... 난리도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여기저기서 버너로 라면을 끊이고 심지어 어떤 이는 삼겹살에 된장찌개까지 끓여 먹고 있다. 정도가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엉망인데도 단속하는 이 하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등산문화는 후진국 중에도 아주 상 후진국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등산문화라는 것 자체가 없다. 모여서 먹고 마시고 즐기고 버리고 훼손하고 오는 오락만 있을 뿐이다.


천제단에서 문수봉 구룡산가는 길에 전에 못 봤던 중이 탁발을 하고 있다. 천제단 오는 길에 있던 중이 분점을 냈나? 한참을 지켜봤는데 벌이가 신통치 않다. 아니 전혀 없다. 목탁 두드리는 수고비도 안 나오겠다. 그래서 뭔 장사든 목이 중요하다.


천제단에서 문수봉까지 거리는 3km다.


천제단을 내려와 걷다 보면 청옥산, 부쇠봉, 백천계곡 이정표가 보이는데, 여기서 부쇠봉 방향으로 가야 한다.


멀리 달바위가 보인다. 달바위는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청옥산 맞는 편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산이다. 험한 코스는 아니지만, 주위 경관이 좋아 산악인이 즐겨 찾는 봉우리다.


부쇠봉에서 바라본 천제단은 멀리서 봐도 인산인해다.


문수봉 역시 사람이 문수봉 표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다. 사진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서로 찍겠다고 밀고 당기고, 그 와중에 단체사진 찍는다고 모여라 봐라 웃어라... 내 참...


문수봉에서 바라본 망경사. 망경사에는 용정이라는 샘이 있는데 해발 1,470m에 있으며,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에서 솟는 자연 샘물이다.


문수봉을 지나서 다시 소문수봉으로...


소문수봉을 내려서면 당골로 하산하는 길과 문곡.금천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당골로 하산하지 않고 문곡.금천 방향으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난 갈림길에서 당골로 하산했다.


겨울 태백산은 어느 코스를 가나 사람들로 붐빈다.


당골 석탄박물과 앞에는 눈꽃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당골에서 택시를 타고 차를 세워둔 화방재로 가던 중 택시기사가 "눈꽃축제 기간에는 절대 오시지 마세요. 혼잡하고 바가지요금에 별로 볼 것도 없습니다." 하더라... 오죽했으며 그럴까. 하긴 택시기사 말이 평소 삼만 원 하는 여관비가 축제기간에는 십만 원이 넘는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각 지방 자치단체가 명목도 없는 축제를 너도나도 하고부터 돈 버는 사람은 트로트 가수밖에 없다. 시구 군민이 내는 세금으로 태씨 송씨 설씨 장씨 현씨 등등... 이 사람들만 배만 불리는 꼴이다.  

오늘은 약 11km 거리를 5시간이나 걸었다. 평소 같았으면 4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사람이 너무 많아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빨리 집에 돌아가 씻고 막걸리 한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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