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초암사를 출발해서 국망봉, 비로봉을 거쳐 비로사로 내려와 자락길을 걸어 다시 초암사로 돌아오는 등산 후, 참 오랜만에 산을 찾은 것 같다. 지난 10월 25일 자전거로 출근하던 중 별다른 충격이 없었는데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아파 근 일주일을 똑바로 걷지 못하고 엉그적엉그적 거리며 고통스럽게 보냈다.
허리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좋아지자, 이번에는 지독한 독감으로 삼 일을 혼수상태로 사 일을 약 먹은 병아리처럼 비실비실 힘없이 보냈다. 독감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그동안 한 번도 앓은 적 없는 장염으로 이틀을 화장실에 자리를 깔고 살았다.
나는 여지껏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가지 병으로 지독하게 아파 본 적이 없었다. 마흔다섯을 코 앞에 둔 지금, 마흔넷을 넘기 위해 첫사랑의 아픔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지독한 열병을 앓고 있다.
그동안 내 나이를 잊고 습관처럼 입에 달고 부르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이제는 한동안 아주 잊고 있다가 아주 가끔 불현듯 옛날 생각하듯 불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거의 두달을 사흘 몸이 좋으면 이틀을 앓고, 이틀 좋으면 하루를 앓은 것 같다.
그렇다고 그동안 전혀 운동을 안한 건 아니다. 자전거로 주위 임산도로와 20~30km 중거리 코스도 다니고 저녁 먹고 나서는 습관처럼 한 시간씩 걷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다음날 온종일 골골거리고.... 좀 좋아진 것 같아 과하게 막걸리 몇 잔하고 나면 또 한 이틀 고생하고....
아직 기침을 심하게 하는 등 감기 기운이 있긴 하지만 용기를 내서 집사람과 소백산 비로봉을 찾았다. 비로사 아래 삼가 주차장에서 차를 올려보내지 않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길을 열어놨다. 비로사 앞 도로와 주차장에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는 걸로 봐서 비로사에 행사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포근하던 날씨가 오늘 영하로 떨어진다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산밑은 생각보다는 춥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천천히 오라고 일러두고 혼자 속도를 내 걸었다. 해발이 높아지자 바람이 세차게 불고 굉장히 춥다. 이 날씨에 집사람이 정상까지 가는 건 무리라 판단하고 나 혼자 서둘러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면서 집사람을 만나 그 길로 하산 하기로 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는 비로봉이 어렴풋 보인다.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서 있기도 힘들다. 해마다 겨울 소백산을 찾지만 한 번도 포근하게 반겨준 적이 없다. 비로봉 칼바람은 연화봉에서 불어와 국망봉으로 지나가는데, 특이한 것은 정상석을 기준으로 단양 쪽 가까이 서면 바람이 엄청나지만 영주 쪽에는 전혀 바람이 불지 않는다.
너무 추워서 사진 몇장 찍고 서둘러 내려오는데...
집사람이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 인증을 해야 한다나.
다시 발길을 돌려 집사람 따라 정상으로... 하루에 정상을 두번 정복...
오늘은 비로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다녀온 것 같다. 다만 내일은 다시 아프지 않고 툭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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