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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봄, 흔한 막걸리 안주

by 변기환 2013. 5. 5.

부모님께서 바리바리 싸 오셨네요. 야생 미나리입니다. 흔히 돌미나리라고 하죠. 줄기가 굵지 않고 야들야들한 게 재배한 미나리보다 향이 몇백 배는 더 강합니다. 이놈으로 향긋한 미나리 전을 부칠 겁니다.



두릅입니다. 그냥 두릅이 아니라 봉화군 하고도 춘양면 깊은 산 속에서 자란 야생 두릅입니다. 시장에 파는 두릅과 비교하면 많이 섭섭합니다. 평소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데, 오늘은 좀 색다르게 튀겨 먹을 겁니다.



봉다리에 밀가루와 두릅을 넣고 흔들어 줍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냐고 하겠지만, 두릅에 밀가루를 골고루 입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더군요.



밀가루 반죽을 살짝 입힙니다. 고수는 부침가루로 전을 부치는 훼이크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기름을 빼줍니다.



환상적으로 튀겨졌군요.



돌미나리 전을 부칩니다. 미나리, 양파, 마늘, 청양고추, 파 등을 잘게 썰어 준비합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먼저 야채를 골고루 깔고,



밀가루 반죽을 살짝 둘러줍니다. 경상도 북부지방에서는 전을 적이라고 합니다. 전은 밀가루로 부치고 적은 밀가리로 부치죠.



비쥬얼이 환상적이군요.



냉장고를 뒤져보니 문어가 있네요. 경상도 북부지방 특히 안동은 제사나 잔치에 삶은 문어가 빠지면 많이 서운합니다. 



청양고추를 몇 년 삭힌 장아찌입니다. 전은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데, 양념간장보다는 매콤하고 짭조름한 장아찌를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며칠 전 담은 막걸리를 개봉합니다. 탄산이 적당한 게 벌써 군침이 도는군요.



원액은 독해서 그냥 마시면 바로 혼절합니다. 1:1 비율로 물을 섞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전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씹는 순간 파삭거리는 소리에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지는군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이제껏 데쳐 먹었을까요?



초점이 안드로메다로 간 걸 보니 살짝 취했네요. 행복이란 게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 막걸리 잔에 담겨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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