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매실을 얻어 왔네요. 기특하게 이런 건 잘 얻어 오는군요. 매년 어머니께서 만든 매실액을 가져다 먹었는데 올해는 직접 담가 어머님도 드리고 이웃과 나눠 먹어야겠습니다.
매실이란 게 동네 우물가에 주렁주렁 열린 앵두처럼 흔한 과실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비싸게 팔리네요.
더러 적은 것도 섞여 있지만 대체로 굵기가 양호합니다.
매실액만 담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일부는 장아찌를 만들려고 씻어 말립니다.
피 떨고 나면 대충 6.5kg쯤 되겠네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매실액을 어떻게 담그는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먼저 꼭지를 따라고 합니다. 꼭지가 남아 있으면 탁해지고 떫은 맛이 난다네요.
요렇게 꼭지가 긴 건 손톱으로 툭 치면 떨어져 나가는데
요런 놈은 답이 없네요.
다시 검색해보니 이쑤시개로 파내랍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군요. 목도 아프고 허리도 결리고... 이걸 왜 시작했나 싶네요.
가끔 집사람이 멸치 손질하고 몸살 날 것 같다고 했을 때 그까짓 거 뭐 힘드냐고 핀잔을 주곤 했는데 직접 해보니 쪼그리고 앉아 하는 일은 다 중노동입니다.
잘 익은 매실은 살구처럼 향긋하고 상큼한 냄새가 나는군요. 어릴 적 아랫마을 과수원에 탐스럽게 열린 살구를 과수원 울타리에 장대를 숨겨 놓고 학교 오갈 때마다 표시 안 나게 몇 개씩 지능적으로 서리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헐~~~ 이게 보기와는 달리 그냥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군요. 사실 매실이란 놈을 오늘 처음 봅니다.
두 시간 쪼그리고 앉아 겨우 다 뺏네요.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10kg 손질하고 나니 상하고 벌레 먹은 게 7개뿐입니다. 농약을 치지 않고서는 이렇게 수확이 좋을 수 없죠.
체에 밭쳐 반나절 동안 물기를 빼줍니다.
매실과 설탕을 번갈아 담으면 됩니다.
장아찌는 매실이 너무 익어 포기했는데,
집사람이 밤늦게까지 씨를 발라내고 담았네요.
하루가 지나면 설탕이 녹아 시럽처럼 됩니다.
장아찌는 두 달이 지나면 먹을 수 있지만, 매실액은 석 달이 지난 후 매실을 걸러내고 일 년 이상 숙성시켜야 합니다. 이 나이에 날짜를 기억한다는 건 도저히 무리, 스마트폰에 날짜를 지정해서 이벤트를 만들어 주면 알려줍니다.
몇 달 전 직접 담근 막걸리로 식초를 만들었습니다. 양조 식초와는 맛도 향도 비교 불가입니다. 매실액과 장아찌도 담가놨겠다. 이제 된장, 간장만 담그면 발효식품 그랜드슬램 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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