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막냇동생이 함백산을 간다길래 계방산을 가자고 꼬셨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동생을 이승복 기념관에서 만나 동생 차는 주차장에 세워두고 내 차로 출발지인 운두령 쉼터로 이동...
해발 1,577m 계방산은 남한에서 한라산·지리산·설악산·덕유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운두령과 오대산 사이에 위치하며 오대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종 약초와 야생화가 자생하는데, 특히 산삼이 많이 나서 사시사철 횡재를 노리는 심마니들이 모여들고, 정상부근엔 산죽·주목·철쭉 등이 군락을 이루어 생태계 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면 의례 있어야 할 절과 암자가 없으니 풍수적으로 볼 때는 썩 좋은 산이 아닙니다. 근처에 있는 동생 오대산이 월정사, 상원사, 사자암, 미륵암 등 여러 개의 사찰과 암자를 거느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운두령 쉼터를 출발 계방산에 오른 다음 계방산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비교적 짧은 코스입니다. 전체 거리는 8km 남짓 한데 4시간 20분이나 걸렸네요. 남한에서 5번째로 높다고는 하나 출발지 해발이 이미 1,089m라 이동 경로가 그렇게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곡선입니다.
개를 데리고 산을 오르려다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에 제지를 당하네요. 애완동물은 국립공원을 출입할 수 없습니다. 애완동물의 배설물이 환경을 오염 시키고 질병이 야생동물에게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수 없어 걸리면 2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한참 신 난 개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야 하니 개 황당... 서너 시간을 차에 갇혀 있아야 하니 개 구속... 주인은 개 창피... 이래저래 개판...
10시 30분 가파른 계단을 시작으로 운두령 쉼터를 출발합니다.
휴일이라 등산객이 많군요. 다른 산은 2월 1일부터 5월 1일까지 산불예방으로 통제가 되었는데 계방산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3월 3일부터 5월 1일까지 출입을 통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고비 넘어서자 다들 입었던 구스다운을 벗기 시작하네요. 구스다운은 등산할 때 입는 옷이 아닙니다. 잠시 쉴 때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입는 옷이죠. 오늘같이 포근한 날 구스다운을 입고 산에 오르면 거위 털이 땀에 찌들어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심하면 닭장 냄새가 배어 못 입을 수도 있습니다.
등산시 가장 좋은 방법은 기능성 속옷에 땀 배출이 좋은 티, 그리고 기능성 재켓이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폴라텍 원단을 적용한 얇은 이너 재킷을 상황에 따라 껴입거나 벗으면 됩니다. 즉, 두꺼운 재킷보다는 얇은 옷을 여려 겹 껴입는 게 보온성이 더 좋다는 말입니다.
계방산은 오대산 국립공원에서 관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정표 상 거리에 오류가 있네요. 운두령 쉼터에서 계방산 정상까지는 4.2km입니다.
출발지 고도가 높아 정상까지 비교적 수월하지만 잠시 숨이 깔딱 넘어가는 깔딱 고개가 몇 군데 있습니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산에 오르면 항상 중국발 미세 먼지가 시야를 흐려 작품 활동을 방해네요.
줄기나 뿌리는 당뇨와 불면증에 좋고 열매는 심장과 간 질환에 좋은 만병통치 나무 야광나무입니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팔뚝 굵기만 한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즈막한 잡목에 상고대가 맺혔습니다.
상고대란 대기 중의 수증기가 나무에 얼어붙은 걸 말합니다.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멀리 계방산 정상이 보이네요.
맑은 날엔 멀리 있는 설악산까지 보인다는데 오늘 조망은 완전 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된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정선 두위봉 주목과 태백산 주목이 세찬 바람과 모진 환경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틀어진 반 면 계방산 주목은 부잣집 자식처럼 반듯하게 자랐네요.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
볼품 없는 활엽수 사이로 주목이 드문드문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습니다.
오대산 방향인데 짙은 연무와 미세먼지로 어디가 오대산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계방산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여 옥편을 뒤져보니 계수나무 계(桂) 자에 아름다울 방(芳) 자를 쓰는군요. 계수나무가 아름다운 산이라...
부실한 점심을 먹고 정상을 오르던 중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주목이 두터운 솜털 옷을 껴 입었군요.
해발 1,577m로 남한에서 5번째 높은 계방산...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동생이 몰카를 찍었네요.
계방산 주차장으로 하산하고 운두령까지 택시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잠시 발아래 세상을 내려보다가 계방산 주차장으로 내려섭니다.
며칠 후면 이 사진이 동생 카톡 프로필에 올라가 있겠지요.
좌 청룡 우 백호가 아니라 좌 칩엽수 우 활엽수...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은 등산로에서 보란 듯이 라면을 끓여 먹는군요. 걸리면 얄짤없이 벌금 10만 원입니다. 그리고 성능 좋은 폰카에 찍혀 SNS를 통해 곤욕을 치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둘토 산악회는 매주 둘째 주 토요일에 산을 오르나 봅니다. 헝겊을 찢어 만든 리본에 손글씨를 쓴 울산 솔방울 산악회는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바람이 눈을 쓸어 모아 1미터 이상 쌓여 있습니다. 남쪽 어딘가에서 출발한 봄이 곧 도착한다고 하니 산에서 눈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상에서 1시간 20분을 달려 하산했습니다.
여기서 운두령 쉼터까지 4km인데 2만 원 달랍니다. 이승복 기념관까지 가자고 하니 죽어도 안 간다네요. 하는 수 없이 걸어서 이승복 기념관까지 이동합니다. 상남자 둘이서 지나가는 차를 세워 봤지만 거들떠보는 차가 없네요.
68년 12월 9일 있었던 비극을 11일 조선일보가 보도하면서 이승복 사건은 기사 일부에 소설화 한 부분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 하면서 재판까지 가는 등 말들이 많았죠.
잠시 둘러보고 싶지만 작은 컵라면으로 때운 점심이 부실해 Next time...
이승복군이 다니던 학교랍니다.
전시할 게 없어 별 걸 다 전시 하는군요.
부실한 점심을 때우러 찾은 새말 IC 바로 맞은편 네덜란드 꿩 만두 본점... 5촌 아저씨께서 하시는 식당입니다. 네덜란드식으로 끓인 꿩 만둣국도 아니고 네덜란드산 꿩을 사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근처에 네덜란드 참전 기념비가 있어 식당 이름을 네덜란드 꿩 만두로 지었다고 하십니다.
직접 빚은 꿩 만두와 떡국 떡을 넣어 끓였는데 맛이 굉장히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이 입에 착착 감기네요. 꿩고기를 뼈째 다졌기 때문에 만두를 씹을 때마다 뼛조각이 씹히는 게 어릴 적 사촌 형님이 콩을 파내고 그 틈에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넣어 꿩을 잡아 만두를 해 먹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그때 해 먹던 방식 그 맛 그대로입니다.
맛있는 꿩 만둣국에 따끈한 커피까지 얻어먹고 농담이긴 하지만 직장에 짤릴 걸 대비해 2호점 개업 권리까지 약속받았으니, 오늘 하루 얻은 게 많네요.
블로그를 뒤져보니 나름 맛 집입니다. 근처에 5촌 아저씨 처제가 하는 집이 있는데 본점이 더 맛있다고 소문났네요. 블로그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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