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oking

닭 가슴살 물회

by 변기환 2014. 7. 8.

집사람이 괜찮게 하는 대박 참가자미 물회집이 있다며 한 그릇 하자길래 마지못해 따라갔습니다. 억지로 따라나선 이유는 내가 음식 사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직장생활 27년 매일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 집사람 입은 이미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게 앉아 있는데 거지 동냥 주듯 던져놓고 간 물회를 보니 참기름이 2mm 두께로 둥둥 떠 있더군요. 한 숟가락 먹는 순간 딱~ 사이다에 고추장과 시중에 파는 참기름을 넣은 그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입과 코를 마비시키는 지독한 참기름 냄새 때문에 한술 뜨고 바로 숟가락 놨더니 집사람 도끼 눈을 하고 까다롭게 군다고 한소리 하더군요. 결국, 그날 즐겁게 외식 나갔다가 대판 싸우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았죠.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식지 않은 저녁... 집사람 코를 납작하게 할 물회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회가 없으니 닭 가슴살을 회 대신 넣을 겁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물회 양념에 사이다, 설탕, 올리고당, 소주, 미림, 시판 냉면육수 등등 정말 별걸 다 넣는군요.


내 얕고 어설픈 지식의 원천인 네이버 지식백과를 뒤져보니 물회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네요. - 바닷가 사람들은 끼니 때우는 일도 버거웠을 것이다. 그러니 생선회는 별식이 아니라 끼니로 먹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쉽게 할 수 있다. 집안에 항상 있는 양념은 된장, 고추장, 간장 따위일 것이니 생선 살을 발라 이런 장류에 찍거나 비벼 먹었을 것이다. 여름이면 텃밭의 푸성귀를 더하였을 것이다. 더운 날에는 여기에 찬물을 부어 벌컥벌컥 들이켜듯 먹었을 것이다. 그 음식을 요즘은 물회라 한다. - 그렇습니다. 물회의 양념은 항상 집안에 있는 것들입니다.



물회 양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고추장, 식초, 된장, 설탕, 고운 고춧가루, 마늘, 참깨, 참기름 몇 방울입니다. 나는 설탕 대신에 매실청을 넣었습니다. 양념 섞고 찬물 붓고 얼음 띄우면 끄읏~~~ 매우 쉽네요.




이리저리 골고루 비벼줍니다.



아~~~ 새콤달콤하고 칼칼한 게 진짜 맛있네요. 내가 만들고 바보처럼 스스로 감탄하며 대견스러워합니다. 사이다에 고추장 넣고 참기름 듬뿍 뿌린 게 물회가 아니라 이런 게 바로 진짜 물회죠.


'Coo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굴 전과 굴 국밥  (12) 2014.11.02
마파두부 덮밥  (4) 2014.10.09
결혼기념일...  (8) 2014.03.20
산 더덕 백숙  (6) 2014.03.10
짬뽕 대충...  (10) 2014.01.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