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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굴 전과 굴 국밥

by 변기환 2014. 11. 2.

가을비가 내 가슴과 낙엽을 촉촉히 젖시는 시월의 마지막 저녁... 갑자기 이용도 보고싶고 막걸리도 땡긴다.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시월의 마지막 불금을 그냥 보내면 죄받는다.


굴은 굵은 소금에 몇번 씻어야 한다. 실한 놈을 골라 굴 전을 부치고 야들야들한 놈은 초장에 찍어 먹고 나머지 상태가 매롱한 놈은 굴 국밥을 해 먹어야겠다.



굴 전에 들어갈 청양고추, 홍고추, 양파, 쪽파, 당근을 잘게 썰어 준비한다.



계란을 풀고 가위로 알끈을 잘라준 다음 야채와 잘 섞는다.



물기를 뺀 굴에 밀갈기를 묻히고...



계란물에 적셔...



노릇하게 지진다.



굴 국밥에 사용할 육수를 끊이고...



굴과 미역을 넣고 팔팔 끓인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계란을 풀어 주면 끄읏...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어가면 먹어 BOA요.



예전엔 비릿한 굴 냄새가 싫어 밥상에 올라와 있는 것도 싫었는데 세월은 내 외모뿐만 아니라 입맛도 바꿔 놓았다.



등산 다니면서 조금씩 따온 산초잎과 열매로 장아찌를 담았다. 입안에 퍼지는 강렬한 산초 향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듯...



느끼한 전을 먹을 땐 양념장 대신 마늘, 양파, 청양고추를 절인 장아찌가 제격...



막걸리는 법전 양조장에서 사온 청량주...



양조장 사장님께서 내 입맛을 아는지라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것을 몇 병 주셨는데 비싼 와인보다 훨 낫다. 요즘 입맛을 맞추다 보니 주모는 입국을 사용하지만 덧술은 누룩으로 발효를 시킨다고 하는데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단것을 넣지 않아 깔끔 담백하고 누룩 향이 구수하다.



입맛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아직 굴 특유의 비릿한 향과 냄새는 금방 질린다.

내 마음을 두드리는 가을비와 막걸리의 짙은 누룩 향...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마흔일곱 시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 간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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