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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안동 천지갑산, 연점산

by 변기환 2014. 9. 28.

오랜만에 산을 찾았습니다. 오늘 오를 산은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에 있는 천지갑산과 이웃한 연점산…. 천지갑산은 해발 465m로 나지막하지만 산을 끼고 흐르는 길안천 물살이 깎아 놓은 산세가 천지에서 으뜸이라 하여 천지갑산이라고 부른답니다.

산 아래에 공원을 잘 꾸며 놓았고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캠핑장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시설을 잘 관리하고 있네요.

오늘 다녀올 코스는 천지갑산을 거쳐 연점산을 왕복하는 6시간 긴 거리...

네이버 등산 지도로 확인한 거리가 약 10km…. 공원에 서 있는 안내도에 적힌 구간 거리를 합하니 13.6km…. 차이가 많습니다.

실제로 거리를 재 보니 10km.... 네이버 지도가 더 정확하네요. 두 번이나 길을 잘 못 들어 길 찾느라 이리저리 헤맸더니 다섯 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천지갑산을 이루고 있는 7개 봉우리 중 5봉과 6봉이 보입니다.

공원 끝자락에 서 있는 정자 옆으로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송사리 주차장에서 천지갑산 정상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정말 한 시간 거린지 어디 올라가 봅시다.

야트막한 동산인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땀을 쫙 빼는군요.

고민할거 없이 급경사 코스로 오릅니다.

7개 봉우리 중 처음 만나는 봉우리가 2봉입니다.

2봉을 지나 가파른 구간을 치고 올라 산등성이에 올랐습니다.

편한 길도 잠시 또 밧줄에 매달려 돌무더기를 딛고 올라야 하는 힘든 구간이 계속됩니다.

잠시 후 사방을 가렸던 잡목이 벗겨지고 이제야 시원한 조망이 나오는군요. 길안천이 산을 비집고 S자 모양으로 힘겹게 돌아갑니다.

봉우리라 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3봉...

등산 안내도에는 1시간 거리라고 적혀있지만, 30분 만에 4봉에 올랐습니다.

4봉이 천지갑산의 정상입니다.

잠시 쉬면서 목을 축이고자 배낭을 뒤져보니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물병이 없네요. 아침에 생수를 덜어 담고는 생수병과 함께 냉장고에 넣었나 봅니다.

쌀가게 3년이면 얼핏 봐도 무게를 알고 도편수는 눈이 자인 것처럼 나도 나름 등산 경력이 있으니 등고선 간격과 개수로 높이와 경사 그리고 대충 거리를 알 수 있는데, 지도를 보니 천지갑산에서 연점산까지 5km는 아니고 4km 정도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마실 물이 없어 돌아설까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누구는 40일이 넘게 단식도 했는데, 고작 예닐곱 시간 물 안 먹는다고 죽지 않으니 계획했던 대로 연점산을 향해 서둘러 발길을 옮깁니다.

이따금씩 떨어지는 도토리 소리가 고요한 산속의 적막을 깨고 그때마다 콩알만 한 내 간도 같이 떨어지는군요.

멀리 길안면 소재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천지갑산에서 연점산을 오르는 길은 심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집니다.

어느듯 가을입니다.

등산로는 뚜렷하지만, 빼곡히 들어선 잡목에 막혀 사방을 분간할 수 없으며 곳곳에 산돼지가 파헤친 흔적 때문에 으스스합니다. 더군다나 여기까지 오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 없어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신경 쓰이는군요.

알려지지 않는 산이라 찾는 사람이 적어 길이 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등산로는 흔적이 뚜렷하고 적당한 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어 정신만 차리면 길 잃을 염려는 없는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두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 고생했습니다.

산에서 너희들 볼날도 머잖았다.

연점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안동 길안면과 청송 부동면 경계에 있는 해발 868m 연점산은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 1사단이 안포선(안동과 포항) 도로 지도를 보고 남쪽으로 후퇴하던 중 길이 끊어지자 이곳에서 북한군과 크게 싸워 승리한 격전지입니다.

앙증맞은 정상석 옆에 내 키만 한 돌탑을 쌓아 놓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연점산까지 2시간 30분 걸렸습니다.

타는 목마름에 서둘러 돌아갑니다. 멀리 가야 할 지루한 등선이 보입니다.

한참을 걸어 다시 천지갑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모전석탑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올라온 길 못지않게 상당히 가파른 구간입니다.

2 3 4봉은 오를 때 지나왔고, 내려가면서 5봉....

6봉 다~ 지나쳤는데 1봉과 7봉은 어디에 있는지 찾지를 못했네요.

6봉에서 내려다보니 송사리 마을과 차를 세워둔 공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한낮 햇살은 바늘 같은데 성질 급한 놈들은 벌써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군요.

청송군 반각산에서 시작된 길안천은 천지갑산을 돌아 흘러 반변천을 만나고 반변천은 낙동강에 섞여 남해로 흘러갑니다.

안동의 산들은 가파르지 않고 대체로 순한데 길안천의 사나운 물살은 순한 산을 뚫지 못해 독특한 지형을 만들었습니다. 물 없이 다섯 시간을 헤매고 다녔더니 캔맥주 생각이 간절합니다.

천지갑산은 해발이 낮아 쓰리빠 신고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쯤 생각했다가는 시작과 동시에 땅을 치고 후회합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모전석탑입니다. 석탑 앞 공터에 갑사라는 큰절이 있었는데 절에 빈대가 많아 빈대를 잡기 위해 불을 놓다가 절이 불타 버렸다는 웃픈 전설이 전해집니다.

커다란 바위에 얇은 자연석을 쪼개 쌓았군요. 천 년이 넘는 세월에도 끄떡없는 비결은 부처의 공력 때문인지 아니면 장인의 뛰어난 기술 때문인지….

모전석탑에서 길을 잘못 들어 가파르고 미끄러운 비탈을 헤매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렁찬 물소리에 길 찾는 거 포기하고 5시간 참은 갈증을 한번에 해결합니다.

다시 모전석탑으로 올라와 돌 계단을 내려서니 출발지인 공원이 보입니다.

절벽 아래를 지나 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네요.

돌아왔습니다. 오늘 걸은 거리가 10km.... 소요 시간은 5시간 15분....

때론 물로는 가시지 않는 지독한 갈증이 있습니다.

벌써 해가 지네요. 노을은 위대한 밤을 예고하는 극적인 아름다움입니다. 인적 없는 산속을 느긋이 걸으며 나를 돌아보면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러나 나는 수많은 산을 올랐지만 산의 가르침을 조금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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