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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문경 주흘산

by 변기환 2015. 12. 20.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위에 선정된 문경새재... 문경에 있는 조령이란는 뜻의 문경새재는 새도 쉬어 넘는다는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 계곡 전체를 문경새재로 아우르지만, 실제로는 3관문인 조령관이 위치한 고개가 조령입니다. 조령은 예로부터 한양과 영남을 잇는 통로이자 좁고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적을 매우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조선시대 조정은 조령이 왜구의 침략을 방어할 최적의 장소임을 알고 장수를 보내 지키게 했는데, 정작 임진왜란 땐 조령을 열어 버립니다. 당시 조선 육군을 이끌었던 신립은 조령을 지키자는 수하의 의견에 "그들은 보병이고 우리는 기병이니 넓은 들판으로 끌어들여 철기로 짓밟아버리면 성공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말도 안 되는 똥고집을 부립니다.

 

조령을 무사 통과한 왜놈을 맞아 신립이 이끄는 8,000의 조선군은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왜군과 맞섰으나, 말굽이 습지에 빠지면서 기동력이 떨어져 결국 패하고 대부분이 왜군에 밀려 남한강에 빠져 죽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는 겨우 수십에 불과했고 죽은 조선군 시체가 강물을 막아 남한강 물길이 변했다고 합니다. 신립 역시 강에 투신 하고 패전을 전해 들은 선조는 궁궐 식량 창고를 모두 불태우고 북으로 파천합니다. 신립이 한양도성을 방어할 대부분 군사를 죽음으로 몰았기 때문이죠. 결국, 탄금대의 패전이 선조가 한양도성을 버린 원인이 된 것입니다.

역사 공부를 마치고 제 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습니다.

주흘산까지 4.5km...

주흘산은 흔히 안내판의 1코스인 제 1관문을 출발 여궁폭포, 혜국사, 대궐터를 지나 주흘산 주봉을 오른 후 제 2관문으로 하산 제 1관문으로 돌아오는 약 12km 거리 5시간 걸리는 구간을 걷는데 나는 주흘산 주봉을 지나 영봉을 오른 후 꽃밭서덜을 거쳐 제 2관문으로 하산. 제 1관문으로 돌아오는 긴 코스를 걸을 예정입니다.

시작 해발이 150m. 정상 해발이 1,100m이니 950m를 치고 올라야 하는 만만치 않은 코스입니다.

점심 먹은 시간 외엔 쉬지 않고 빠르게 걸었더니 4시간 48분 걸렸습니다. 넉넉잡아 6시간 이상은 예상하셔야 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을 타령을 했는데 이젠 누가 봐도 한겨울입니다.

밑에서 폭포를 올려다보면 그 생긴 모양이 여인의 하반신을 닮았다고 하여 여궁폭포라고 하는데 여자의 하반신을 닮았으면 여신폭포가 아닌가요?

금방 더워지는군요. 나는 남들보다 추위를 덜 타 지금도 여름 이불을 덮고 자는데 등산객 대부분이 히말라야 8,000 고지를 오를 때나 입는 헤비급 구스다운 패딩을 입고도 땀 한 방울 안 흘리네요. 내가 이상한 건가?

몇 년 전 집사람 친구 송여사와 조만간 요식업계 대부로 자리매김할 친구를 꼬셔 올랐을 땐 그렇게 힘들 줄 몰랐는데 초장부터 숨이 깔딱 넘어가는군요.

혜국사입니다. 창건 당시에는 범흥사라고 하였으나 고려 말 홍건적 난이 일어났을 때 공민왕이 난을 피해 이곳으로 내려와 나라님의 은혜를 입었다 하여 혜국사로 명했다고 합니다.

개가 맨발로 다니니 여름인줄 알고 맨발로 산을 오르는 이분은 술에 취했는지 흥에 취했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길을 막는 등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네요. 용감한 행동도 상식을 벗어나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쓸데없는 객기일 뿐입니다.

한참을 가파르게 치고 오르자 잠시 숨고를 수 있는 평지가 펼쳐지고 정상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나 평지는 잠시일 뿐 이내 가팔라 지는군요.

이 지점 해발이 850m 쯤 되는데 샘터가 있습니다. 그것도 졸졸졸이 아니라 콸콸 쏟아집니다. 물이 어찌나 찬지 잠시 내려놓았던 정신줄이 바짝 긴장을 하네요.

대궐샘터 옆 넓지 않은 공터에 1970년대까지만 해도 20여 가구가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고 합니다.

대궐터에서 정상까지 약 200m 정도 되는 길고 가파른 계단이 시작됩니다.

평소 욕 안 하는 사람도 이 계단을 오르면 그냥 욕이 자연스럽게 마구 나옵니다. 계단을 놓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공사의 예산을 집행한 공무원은 여길 와 보기나 한 걸까?

주흘산 주봉에 올랐습니다.

1시간 48분 걸렸습니다. 소방관이라며 귤 하나를 건네주는 젊은이가 자기는 2시간 30분 걸렸다는군요.

새도 쉬어 넘는다는 조령산이 보입니다.

오늘 조망이 다소 시원섭섭합니다.

대충 점심을 때우고 영봉으로 이동합니다.

주봉에서 영봉 오르는 구간은 비교적 편안합니다.

주흘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영봉입니다.

멀리 제 3관문 방향으로 부봉이 보이는군요.

여기서 잠시 고민을 해 봅니다. 여기서 부봉을 오른 후 출발지인 제 1관문까지 돌아가는데 약 10km, 빠르게 걸어도 3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립니다. 부봉으로 돌아갈까? 몇 번을 갈등하다가 저번 학가산에서 겪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고마 여기서 내려갑니다.

영봉에서 꽃밭서덜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언 땅이 녹아 그냥 줄줄 미끄러지네요. 이런 곳에서 조심하지 않으면 손모가지 부러집니다.

계곡까지 미끄러졌습니다.

여기서 제 2관문까지 2.4km...

제 2관문까지 널찍한 길이 이어집니다.

멀리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부봉이 보이는군요. 

꽃밭서덜에 도착했습니다. 서덜은 크고 작은 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뜻하는 너덜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오래전부터 돌탑이 있었다고 하는데 누가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돌탑을 쌓았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근대사 이전에 쌓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조금 더 내려서자 겨울에서 늦가을로 경치가 바뀌는군요.

제 2관문으로 내려가는 큰 길이 보입니다.

제 2관문인 조곡관에 도착했습니다.

제 2관문까지 4시간 15분 걸렸습니다. 제 2관문에서 출발지인 제 1관문까지 3km를 걸어가야 합니다.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때 이후로 약 500여 년 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가장 번듯한 길이었습니다. 한양에서 동래(부산)까지 가는 고개는 모두 3개. 추풍령과 문경새재, 죽령이 있었으나 문경새재가 열나흘 길로 가장 빨랐습니다. 반면 추풍령은 보름길, 죽령은 열여섯길. 하루 이틀 사이였건만, 문경새재는 과거시험 치는 선비들이 유독 고집했습니다. 당시 선비들 사이에 추풍령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처럼 미끄러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 문경새재를 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이 고갯길이 아직 비포장으로 남아있게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덕(???)이라고 합니다. 1970년대 중반 문경을 순시하다 무너진 성벽 위로 차량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고 차량통행금지를 명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문경새재가 흙길로서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귀정은 조선시대 신·구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곳입니다.

조령원터입니다.

조령원터는 조령을 오가는 관리들에게 숙식과 편의를 제공하던 장소였습니다.

조령원터를 조금 지나면 조령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역사 드라마 촬영장입니다. 태조 왕건 촬영 이후 대조영, 정도전, 대왕세종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출발지인 제 1관문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4시간 47분 걸었군요.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옛길박물관 뒤로도 주흘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집에 아이가 없으니 좀처럼 치킨 먹을 기회가 없네요. 생각 같아서는 엔제리너스 커피 한 잔에 롯데리아 치킨 하프 팩을 사 먹고 싶은데 진흙 길을 걸었더니 행색이 거지꼴이라 아쉽지만, 고마 돌아섭니다.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 연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번 등산이 2015년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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