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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오지산행 정선 상정 바위산, 고양산

by 변기환 2011. 6. 20.
등산경로 : 고양리 -> 상정 바위산 -> 고양산 ->  고양리
등산시간 : 8시간 30분 (휴식, 점심시간 포함)
등산거리 : 약 17.Km


지난주 모 산악회와 남덕유산을 다녀오면서 지리산 등산을 약속했었다. 나는 토요일 오전까지 이번주 일요일인 줄 알았다.

토요일 오후 친구가 산악회에서 정선 고양산을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연락이 와서 지리산 등산이 이번 주가 아니라 다음 주라는 걸 알았다. 같이 가겠느냐고 했을 때 선뜻 대답을 못했다. 다시 연락해 주겠다고 했지만, 갈까 말까를 밤 10시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여름 이 산악회와 대미산에서 황장산까지 9시간을 넘게 걸은 적이 있는데, 너무 험한 곳으로 다니는지라 위험하기도 하고 옷이나 배낭 등 장비 손상이 너무 심했다. 밤 11시 즈음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새벽 버스에 내가 보이지 않으면 안 가는거라고 했지만 이미 배낭은 다 꾸려 놓았다. 새벽 6시 정선으로 출발했다. 정선까지는  2시간 조금 넘게 걸린것 같은데, 아직도 목적지가 멀었는지 버스는 정선을 지나 꼬불꼬불 한 국도를 끊임없이 간다.

오늘 등산은 고양리에서 출발하여 상정 바위산, 고양산을 거처 반론산 정상에서 고양리로 하산하는 험한 코스란다. 그러나 등산객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는 잡초로 묻혀 흔적을 찾아 걷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원래 계획했던 코스를 포기하고 고양산에서 바로 하산하였다. 그래도 8시간 30분이 걸린 멀고도 험한 산행이었다.

폐교된 고양리 초등학교 운동장에 차를 두고 상사 바위산 들머리로 출발했다. 밭 둑 옆 농로를 따라 심어진 뽕나무에 오디 열매가 까맣게 익어간다. 아직 덜 익은 듯 보였는데 성급한 산악회원들이 너나 없이 달려들어 오디를 따 먹고 있다.

사실 저런 행동은 옳지 않다. 논, 밭, 집 주위에 있는 과일 나무치고 주인이 없는 것은 없다. 나중에 주인이 알았을 때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매번 느끼지만, 마을을 끼고 있는 등산로 주변의 농민은 등산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반갑게 인사를 먼저 드려도 시큰둥 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인사를 받는다. 특히 과수 농가들이 더 심하다. 그분들이 등산객을 꺼리는 이유가 평소 등산객으로 인해 크든 작든 여러가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논, 밭 가에 있는 키가 작은 산 나무 열매는 가능한 먹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농민이 농약을 쳤는지 알 수 없고, 차가 지나다니면서 먼지가 많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이 동네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산악회원들이 오늘 등산은 포기해야겠다고 할 만큼 산딸기가 않았다. 길가에 있는 산딸기는 먼지가 많이 묻어 있기 때문에 씻지 않고 먹지 말아야 한다.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상정 바위산은 해발이 1,000m가 넘는 산이지 만, 등산객이 많은 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곳곳에 등산객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해 놓았다.

정상 바로 밑에 큰 바위가 있는데 그게 상정 바위인가 보다. 이곳에 전망대라고 표시를 해 놓았지만, 잡목이 우거져 주위를 둘러볼 수가 없다.

들머리를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조금 넘어 상정 바위산 정상에 도착했다. 특이하게 정상석을 한반도 모양으로 만들어 세웠다.

상정 바위산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남한강이 산을 끼고 굽이 돌아 흘러가는데 산 형상이 흡사 한반도처럼 생겼다. 이렇게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우리나라에는 몇 군데 있는데, 영월과 충북 황간의 원류봉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상정 바위산자락에 가려 한반도 전체 형상을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상암 바위 정상에서 고양산으로 출발했다. 이곳부터는 등산하는 사람이 없어 등산길이 잡목과 가시나무로 덮여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산나물이며 약초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아래 식물은 둥굴레 나무다. 이 둥굴레 나무뿌리를 캐어 말려 끓인 차가 둥굴레 차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곰취나물도 밭에 심어 놓은 것처럼 즐비하다. 곰치는 쌈을 싸 먹기도 하지만 장아찌를 담가 먹으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산행을 마친 후 정선 재래시장 들러 곤드레 밥을 먹었는데 아삭아삭한 곰치 장아찌 맛이 일품이었다.

흔히 취나물이라고 불리는 산나물이다. 같이 간 일행 중 일흔이 넘으신 분이 나물치라고 했다. 쌈으로 먹으로 쌉쌀하고 특유의 향이 난다.

요놈은 떡치라고 했다. 생긴 건 나물치와 비슷한데 잎을 뒤집어 보면 뒷면이 은색으로 빛난다. 떡치는 그냥 먹으면 텁텁하기 때문에 쑥떡처럼 떡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이다.

참나물이다. 참나물은 잎이 세 개인데 참나물이 많이 나는 곳에는 잎이 네 개인 잡초도 흔하다. 생김새가 비슷해 참나물로 착각하여 많이 채취한다고 했다.

곤드레 나물이다. 아래는 야생 곤드레가 아니라 밭에서 재배한 곤드레 나물이다. 야생 곤드레 나물은 잎이 더 얇고 뾰족하며 잎 가장자리에 잔 가시가 많다.

상정바위 정상에서 올라왔던 길, 오른쪽으로 큰골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있다. 고양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갈림 길에서 빠져야 한다. 길을 모르는 나는 어디쯤에서 갈라졌는지 모르겠다.

다만, 빽빽하게 우거진 잡목 사이로 간간이 고양산이 보였지만 너무 멀어 보였고 길이 너무 험해서 오늘 중으로 반론산은 커녕 고양산에도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얼마나 오지인지 산밖에는 다른 풍경이 없었다. 산너머에 산, 그 산너머 또 산,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어디가 등산로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험한 곳을 7부 바지를 입고 다녔으니 내 다리는 성한 곳이 없다, 거기에 땀까지 흐르니 가렵고 따갑고 무척 고통스럽다.

산들깨가 지천으로 널러 있다.

고양산으로 가는 곳곳에 아름드리 참나무가 베어져 있다.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해서 벤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모질고 독한 동물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고양리 마을을 출발한 지 6시간 40분 고양산 정상에 올랐다. 내 앞에 선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일빠였다. 나머지 일행이 올라올 때까지 한 20분을 기다렸는데, 파리 떼 등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고양산 정상에는 산불 감시용 무인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태양광 모듈도 없고, 산 아래에서 전기를 끌어 온 흔적이 없는데 어떻게 작동이 되는지 궁금하다.

해발이 1,100가 넘는 고양산 정상에 묘가 있었다. 어떻게 이 높은 곳에 묘를 쓸 생각을 했을까?

고양산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40분이라 반론산까지 가는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고양산에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내심 누군가가 반론산까지 가자고 우기면 어쩔까 하고 염려했는데 다행이다.

하산 후 버스를 타기 위해 시멘트 도로를 약 30분 이상 걸었다. 가던 도중 일행이 부식을 파는 차에서 얼음에 재운 막걸리 몇 병을 사서 한 두 잔씩 나눠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었는 지 평생 잊지못할것 같다.

벌써 키 만한 고추가 달렸다. 돌 반 자갈 반인 척박한 땅에서 밭을 일구고 생활을 꾸려가는 농사꾼의 모진 삶이 흘린 땀 때문인가? 콩이며 양배추며 고추며 먼지가 펄펄 날리는 가뭄에도 꿋꿋이 자라고 있다. 

버스가 보일 무렵 멀리 상정바위 산이 보인다. 이 더위에 저길 어떻게 올랐나 싶다. ㅠㅠ

사실 들머리에 올라설 때까지 오늘 등산 일정을 몰랐고, 상사바위산과 고양산 코스가 어떤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가볍게 7부 바지를 입었는데 상사바위산에서 고양산까지는 등산하러 다닌 흔적이 거의 없고 가시풀로 덮여 있어 다리가 온통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그나마 돌아오는 길에 정선 장에 들러 곤드레나물 밥으로 저녁을 먹고 메밀 부꾸미(전병) 안주로 막걸리 몇 잔 하고나니 피로가 풀린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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