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가 험하여 나는 새도 쉬어 넘는다는 조령산을 다녀왔다. 조령산은 백두대간 길인 이화령과 조령 사이에 있는 산이어서 등산객 대부분 이화령을 출발하여 조령산을 오른다음 문경새재 3관 문 쪽으로 하산한다.
그러나 오늘은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들이 3관 문까지 트래킹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부득이 문경새재 쪽에서 출발하여 조령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전에 알아본 바로는 드라마 세트장에서 조령산까지 가는 등산로가 있어 그 길을 이용하려 했지만, 드라마 세트장 매표소에서 알아보니 그 길은 폐쇄 되었다고 해서 조령원터를 조금지나 마당바위에서 조령산을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이정표에는 조령산까지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지만, 2시간이 걸렸다. 내 걸음로 2시간이면 보통 사람은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예상해야 한다. 11시 40분 집사람 일행과 헤어져 조령산을 오르기 위해 조령원터를 출발했다.
계곡에 들어서자 약하게 내리던 빗줄기가 강해진다. 고어텍스 자켓을 입고 얼마 전 구입한 호프힐 오버트라우저를 바지위에 입었다.
따로 우의가 있지만 나는 우의를 입지 않는다. 여름에 우의를 입고 등산을 해본 사람은 그 고통을 안다. 땀에 젖은 옷 위에 비닐 우의를 걸치면 한증막에 땀복을 입고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덥다고 해서 비를 그냥 맞으면 더 위험하다. 움직일 때는 모르지만 잠시 쉬고 있으면 땀과 빗물에 젖은 옷이 마르면서 체온을 빼앗아 추워지기 시작한다. 그 상태가 계속되면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므로 절대 덥다고 해서 비를 그냥 맞아서는 안된다.
그래서 우의보다는 기능성 자켓과 팬츠를 입는것이 좋다. 그러나 아무리 투습성이 좋다고는 하지만 흐르는 땀을 다 배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간중간 지퍼를 열어서 적당히 땀과 더위를 식히는 것이 좋다.
계곡이 험하고 등산객이 없어서 그런지 다래나무에 다래가 소복이 열렸다. 다래는 지금쯤 따서 그늘에 한 일주일 정도 숙성 시키면 정말 맛있는데...
계곡이 깊어지자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주위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 이런 길을 혼자 다니면 으스스하다.
그렇게 사방이 어두운 계곡을 벗어나자 주위가 밝아지고 어렴풋이 산등성이 보인다.
안개가 얼마나 심한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바람이 심하게 불어 긴 팔 티셔츠와 고어텍스 자켓을 입었지만, 몹시 춥다.
중간중간 로프에 의지해야 하는 아찔한 구간이 있다. 비도 내리고 있어 바위가 몹시 미끄럽다.
조령원터를 출발한 지 1시간 50분 조령산 정상에 올랐다. 비가 와서 그런지 등산객이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서둘러 하산을 했다. 내려다 보니 올라올 때 보다 더 아찔하다.
하산길은 더 어두워 길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다행히 등산객들이 매어 놓은 리본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호프힐 오버트라우저의 방수와 투습 성능은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고어텍스 소재인 자켓은 더워서 몇 번을 입었다 벗기를 반복했지만, 바지 위에 입은 호프힐사의 힐텍스 소재로 만든 오버트라우저는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투습성이 좋았다.
하산 후 자켓을 벗어보니 등산티는 흥건히 젖었지만, 오버트라우저 안에 입은 바지는 땀에 젖지 않았다. 7만 5천원을 주고 산 오버트라우저가 수십 만원이나 하는 고어텍스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다. 이렇게 좋은 국산 제품이 있는데 왜 거품이 대부분인 고어텍스 제품을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오후 3시 30분 1관 문을 지나 문경새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집사람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춥고 바람이 심해서 점심을 대충 먹고 남겼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생일 날 배곯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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