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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메밀묵 만들기

by 변기환 2012. 1. 21.
집사람이 메밀가루를 얻어 왔다. 잘 얻어는 오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집에 가 있거나 아니면 버려진다.

봉화 청옥산 메밀농원 작목반에서 만든 것인데, 봉화군 소천면 임기리에는 대단위 메밀재배를 하는 농가가 많다. 이곳에서 생산된 메밀은 메밀로 유명한 봉평으로 팔려간다.

농민이 모여 작목반을 만들면 정부에서 지원을 엄청 많이 해 준다. 그러나 지원만 하고는 끝이다.

항상 바쁘신 공무원들이 정부에서 지원한 작목반이 애초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 시설은 잘 유지 되고 있는지, 수익은 있는지 관리를 해야 함에도 전혀 관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작목반은 정부 자금만 빼먹고 문을 닫아 놓은 게 대부분이다.

봉화 청옥산 메밀농원 작목반은 주 생산품이 메밀가루와 통 메밀인데, 그래도 한 해에 한 번은 공장을 돌려 메밀가루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생산하는 양이 많지 않아 팔지 않고 주위에 선물로 나눠준단다.

그래서 이놈은 100% 국내산, 100% 메밀가루다.

메밀 묵 만드는 방법도 적혀 있다. 메밀 묵은 어릴 적 큰어머니가 만드는 걸 본적이 있는데 무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래서 해봤다.

찬물에 메밀가루를 풀었더니 잘 풀리지 않아 군데군데 기포가 있고, 결정적으로 너무 오래 끊인 것 같다.

그래도 모양은 그럴싸하다.

맛은 사 먹는 것과 전혀 달랐다. 생각보다 메밀향이 덜 났고, 얼마나 쫀득쫀득한지 칼로 베기가 어려웠다. 시중에 파는 메밀 묵이 과일 젤리와 같이 매끄러운 느낌이라면 - 실제로 그런 느낌이다. - 100%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 묵은 양갱처럼 거칠고 굉장히 쫀득하다.

묵은지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안주가 좋으니 술이 빠질 수 없다. 봉화군 소천면 깊은 산에서 키운 장뇌삼이 두 뿌리나 들어 있는 장뇌삼주.

뭐든 자꾸 하면 는다. 이번엔 끊인 시간과 농도가 적당해서 모양도 이쁠 것 같다.

장 맛보다 뚝배기 맛이라고 모양이 좋으니 훨씬 더 맛있어 보인다.

일부는 묵사발용으로 놔 두고 나머지는 오이, 당근, 고추장, 고춧가루, 메실청, 식초, 마늘, 참기름을 넣고 무쳤다.

메밀무침은 술 없이 먹으면 팍팍하고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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