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 나들이를 합니다. 봉평에서 만나기로 했던 매제 가족을 고속도로에서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2시간을 달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사촌 형네 가족과 상봉을 합니다.
소설 "메밀 꽃 필 무렵"의 무대며 작가 가산 이효석의 고향인 봉평에 가면 꼭 가봐야 한다는 허브나라 농원을 잠시 둘러봅니다.
1993년 부부가 귀농해 300여 평의 땅에 허브를 심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허브나라 농원, 한해 입장객이 50만 명에 매출이 무려 40억이랍니다. 이 정도면 잘 나가는 중소기업 수준이네요.
향긋한 꽃향기가 흩날리는 다리를 건너 입장합니다.
허브나라 농원을 휘돌아 흐르는 흥정계곡 물줄기가 시원스럽습니다.
그동안 한산했을 이 계곡도 올여름이면 행락객으로 몸살을 앓겠네요.
3만 평 허브나라 농원엔 150종 허브가 심어져 있으며, 옥내외 전시공간과 숙박시설, 식당, 허브 관련 상품 판매점 등이 있습니다.
느긋하게 농원 여기저기를 둘러봅니다.
유리온실 안입니다.
각종 허브와 이름 모를 꽃, 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고 어른이 보기엔 어수선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다양한 소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네요.
야외 정원도 잘 가꿔 놓았습니다.
돈을 던져 놓고 소원을 빌면 효험이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깊은 산중에만 자라는 취나물 중에서 으뜸이라는 곰취도 심어 놓았군요. 이놈이 곰 발바닥 같이 생겼다고 해서 곰취라고 하는데, 손바닥만 한 곰치에 명이나물 장아찌와 삼겹살을 싸 먹으면 상추나 깻잎 따위는 싱거워서 못 먹습니다.
정문 반대편에 있는 후문입니다. 예전엔 여기가 정문이었다는데, 주차장 임대료를 너무 비싸게 요구해서 정문을 지금 위치로 옮겼다고 합니다.
저기 물 건너 공터가 예전에 사용했던 주차장이랍니다.
허브나라 농원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입니다. 여기서 자고 나면 십 년 묵은 피로도 싹 가시겠네요.
터키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터키 갤러리입니다. 터키의 카펫, 도자기, 유리, 동, 목기 등 다양한 민속공예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한 컷 찍고 나니 사진촬영 금지군요.
얼마 전 만화 슈퍼맨 희귀본이 2억에 팔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만화도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네요. 초등학교 때 재미있게 읽었던 바벨 2세라는 만화가 있나 해서 찾아보니 없더군요.
각종 허브상품을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입니다. 허브나라 농원은 대체로 잘 꾸며 놓았지만, 입장료가 다소 비싼 듯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느낌이 강하네요.
허브 박물관입니다. 오만가지 허브향이 섞이니 지린내 같은 오묘한 냄새가 납니다.
꽃들도 감상해 보시죠.
추위에 강한 로즈메리나 민트 같은 허브 말고는 대부분 유리 온실에 자라고 있습니다.
한 시간 남짓 돌아보고 퇴장합니다.
매표소 옆에 있는 기념품 판매장에서 저녁에 말아 먹을 "쓴 메일 국수" 한 묶음을 샀습니다.
오늘 묵을 숙소는 보광휘닉스파크입니다. 제법 큰 평수인데 사촌 형이 반값에 예약했네요.
물 대신 시원한 맥주 한 캔씩 하고...
저녁을 준비합니다.
취하면 손을 벨 수 있으니 취하기 전에 미리미리 썰어 놓습니다.
메인 요리는 전날 양념에 재워 둔 돼지고기 주물럭입니다. 조미료는 일체 넣지 않고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 양파, 참기름, 매실액, 굴소스, 후추로 만 양념했습니다.
다시마와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말은 메밀국수입니다. 미리 만들어 간 양념장으로 간을 하니, 맹물에 조미료 놓어 만든 막국수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담백하고 맛있네요.
건배~~~ 오랜만에 달려봅시다.
간단하게 1차를 하고 썰렁한 호프집에서 2차를 달립니다. 문 닫을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종업원 눈총에 뒤통수가 뜨끔뜨끔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배~~~
강원도의 쌀쌀한 밤 기온이 이런 요상한 퍼포먼스를 연출하게 하는군요. 이것도 강원도의 힘인가요?
다시 숙소로 돌아와 3차를 달립니다. 노릇하게 구운 소시지가 완전 술 도둑이네요.
유쾌하고 즐거웠던 밤이 지나고 머리 아프고 속 쓰린 아침이 밝았습니다. 뜨끈뜨끈한 떡 만둣국으로 쓰린 속을 달래봅니다.
떡 만둣국도 해장이 되네요. 며칠 동안 어제오늘 먹을 메뉴를 고민해서 선정하고 준비했는데, 다들 잘 먹어 주니 고맙고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체크아웃하고 밤새 알콜에 찌든 육신을 치유하기 위해 치유의 숲 2.5km를 걸어봅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걸으니 무거웠던 머리가 맑아지는 게 술이 다 깨네요.
산을 오르는 코스인 줄 알았는데 내려가는 코스였군요. 여기가 끝입니다.
땡볕에 다시 돌아갈 엄두를 못 내고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길을 걸어 출발지로 돌아옵니다.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기약하며 헤어집니다. 1박 2일이 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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