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휴일 설날 아침에 큰댁에서 끓여주는 만둣국이 생각나 늦잠자는 집사람 옆구리 슬쩍 찔렀다가 본전도 못 찾고 마음에 깊은 상처만 받았다. 하긴 연말이라 일도 많은 데다 술 못 먹는 사람이 직책상 술 상무 노릇까지 해야 하니 그 심정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불쌍한 여편네 애주가의 살아가는 이유인 술을 왜 못 하누... 나더러 술 상무 하라면 석 달 열흘은 즐거울 텐데…
큰댁 만두는 김치나 고기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니 딱 네가지 재료가 생각난다. 잘게 썬 무와 물기를 짠 두부, 당면 그리고 파스타에 고춧가루처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리 집안 비장의 재료인…
생강이 듬뿍 들어간다.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할 때까지 열라 다지는 거다.
삶은 당면은 물기를 짠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하고 같이 버무려 주기...
재료 준비 끄읏... 중요한 것은 만두소가 밀가리 반죽처럼 쫀득쫀득해야지 두부처럼 물컹물컹하다면 이미 조진 거다.
수능을 친 후 컴퓨터를 끼고 사는 놈한테 만두피를 사오라 했더니 왕 만두피를 사왔다. 굵고 짧게 끝내자는 거지??? 배고파 숨넘어가는데 세 시간이나 해동을... ㅠㅠ
잔머리란 이럴 때 굴리라고 있는 거다. 세 시간 기다릴 필요 없고 손바닥 온기로 녹이면 잘 뜯어진다.
내가 팔자에도 없는 만두를 빚는구나….
만두피가 딱딱해 모양을 내려니 자꾸 옆구리가 터진다. 처음 만드는 만두가 예쁘기까지 하면 동네 만둣집 욕보이는 거다. 먹기 좋은 게 보기도 좋다고 하니 먹기 좋은 스타일로...
멸치 육수에 떡국 떡과 방금 빚어 따끈따끈한 만두 넣고 집간장과 소금만으로 간을 하고 푹 끓인다.
일단 비쥬얼은 좋다.
아삭아삭 씹히는 무와 입안 가득 은근하게 퍼지는 생강향... 주중 내 점심을 책임지는 그리하여 내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학교 앞 식당 이름 모를 여사가 와도 주지 않을 테다. 어차피 내 입맛에만 맞는 거니까... 둘이 먹다가 둘다 입천장 다 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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