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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강원도 여행

by 변기환 2015. 1. 4.

사촌형이 용평 리조트 숙박권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해 오랜만에 세 가족이 여행을 떠납니다. 일단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새말 나들목 근처 5촌 아저씨께서 하시는 꿩만두 집에 들렀는데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먼 발치에서 겨우 눈 인사를 드리고 밖에서 30분 추위에 떨며 기다린 후 입장...

밥값이 만만치 않은데 당숙모께서 한사코 받지 않으시니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원했던 결과를 얻었네요. 어릴 적 이발사와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발사는 훈련소에서 당시 교관이었던 선배의 배려로 얼떨결에 깍새가 되어 3일간 300명 머리를 깎았으니 소원을 이뤘습니다. 당시 처음 만져본 바리깡이 가위처럼 쥐면 잘리는 게 아니라 놨을 때 잘린다는 것을 약 30명 훈련생 머리카락을 쥐어뜯은 후 스스로 터득했습니다. 요리사가 되는 꿈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된다면 아마 꿩만두 빚는 요리사가 아닐까... 식당 이름은 네덜란드 꿩만두 1호 분점 구라파 꿩만두...

숙소는 용평 리조트 빌라콘도... 46평을 사촌형이 단돈 8만 원에 빌렸습니다. 짐 풀어놓고 리조트 근처에 있는 지르메 양떼목장을 찾았습니다. 양 먹이 주는 체험 3,000원... 먹이 주는 걸 해결하면서 돈까지 버는 얍샵한 짓에 당할 호구가 아니니 얄짤 없이 돌아섰습니다.

저녁 먹으러 대관령 넘어 주문진으로 달려갑니다.

파업 중인 대관령 풍력 발전기...

강릉시가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언젠가 꼭 가봐야 할 선자령...

주문진에 도착했습니다.

새해를 맞아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회를 사 근처 회 먹는 곳에 가서 먹는 시스템인데 가격은 저렴하겠지만, 위생 상태도 의심스럽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무쟈게 많아 오붓하게 먹을 수 없으니 좀 더 발품을 팔아봅니다.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발견한 수협 활어회 센터...

농어 12만 원 광어 2만 원에 꽁짜로 매운탕 끓여 주고 덤으로 오징어와 도루묵 몇 마리 썰어 주겠다는 합리적인 제안에 고민할 것 없이 이곳으로 결정... 옆집 흥정 봐 가며 장사하는 회 센터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견적 내 봤자 돌아오는 건 별로 없고 오히려 진상손님으로 몰려 나서는 순간 뒤통수에 소금 뿌릴지 모릅니다.

도루묵을 멸치로 만들어 버리는 엄청나게 큰 농어...

술 세병 포함 15만 원이면 거져네요. 10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 양도 넉넉하고...

차 키는 사랑하는 여편네 고운 손에 꼬옥 쥐어 주고... 일단 건배...

볼때기 살이 두툼한 매운탕까지 먹고 1차 마무리...

남은 회 싸서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컴퓨터로 어른들은 술로 대동단결...

10년 전 이곳 용평 리조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들 크는 줄만 알았지 내 늙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예전 사진을 보며 잠시 진지해 지지만, 이내 술에 취해 여편네를 노래방 도우미로 착각 새벽까지 달렸네요. 도우미 없이 따라 온 매제는 밤새 탬버린 쳐대느라 손바닥에 멍까지 들고...

속 쓰리고 머리 아픈 아침이 밝았습니다.

영주 우리복집에서 사 간 국보급 해장국 복 매운탕... 시원 칼칼한 국물에 밤새 쓰러졌던 위 섬모가 기립하면서 술이 확 깨는군요. 국물 없이 해장해야 하는 외국에 태어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인 걸 오늘 또 깨닫네요.

스키를 타지 않으니 일정이 여유롭습니다. 스키를 즐길 때 여편네, 아이 스키 장비까지 혼자 렌탈해 슬로프에서 엉금엉금 기는 여편네 챙기랴! 툭하면 사라지는 아이 챙기랴! 슬로프를 한 바퀴만 돌아도 녹초가 됩니다. 가장에게 스키란 레포츠는 마땅히 감수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노다가 중에 상 노가다입니다. 젊었을 땐 무슨 기운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스키만 봐도 질리네요. 사촌 여동생도 스키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막내가 초딩인 사촌형은 가장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스키장에 남고 사촌 여동생네와 월정사를 찾았습니다.

잠시 월정사를 둘러본 후 오대산 밑 상원사에서 운영하는 찻집에 들러 따끈한 대추차 한사발 하고...

점심 먹으러 진부면에 도착... 두당 13,000짜리 산채 정식을 주문했는데 반찬 가짓수만 많았지 맛은 그닥...

점심 먹고 송어 축제장을 둘러봅니다.

여기가 축제장인지 놀이터인지...

삿포로 눈 축제나 하얼빈 빙설제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는 비교 불가지만 분위기는 얼추 비슷한 것 같네요.

텐트 낚시는 20,000원 일반 낚시는 15,000원... 낚시 도구 별도... 지나치게 상업적인 축제.... 이건 축제가 아니라 축제를 가장한 장사인 듯...

얼음이 깨지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기를 쓰고 잡아 보겠다고 온갖 자세를 다 취해 보지만, 송어를 낚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축제가 아니라 사람과 싸워야 하는 전쟁터입니다.

다시 영주로 돌아와 짧은 만남이 아쉬워 사촌 여동생네와 주막에서 아쉬움을 달랩니다. 여행이란 게 준비할 때 설레고 떠나보면 항상 그게 그거고 돌아오면 다시 떠나고 싶어집니다. 덕분에 즐거웠고 앞으로도 즐거울 수 있을 겁니다. 꽃피는 봄날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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