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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단양 구담봉 옥순봉

by 변기환 2015. 10. 9.

일주일을 음식으로 인한 알레르기와 급성장염, 거기에 몸살까지 겹쳐 몸도 마음도 호되게 앓았습니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지만,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날 얼마 남지 않은 마흔을 집에서 뒹굴기에는 내 나이가 서러워 급히 몸을 추스려 근처 산을 찾았습니다. 오늘 오를 구담봉과 옥순봉 산행은 장회나루를 조금 지나 계란재 정상에서 시작됩니다. 벌써 주차장은 물론 길가에 길게 차들이 줄을 섰습니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 나섰는데 맑은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볕, 그리고 향긋하고 까슬까슬한 바람에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기 시작합니다.

10월의 푸른 하늘 아랜 어디를 가나 어디를 보나 다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김광석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며 따라오는 상상을 하니 발걸음이 더욱 가뿐해집니다.

갈림길에서 구담봉을 올랐다가 다시 여기로 돌아와 옥순봉을 오를 예정입니다.

기대한 만큼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군요.

가을의 풍경은 그냥 막 찍어도 다 작품이 됩니다.

내가 몇 년 전 "봉다리를 덮어쓴 선비바위"라 명한 바위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잘 서 있습니다.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니 한폭의 그림이 되고 이야기가 됩니다.

장회나루를 떠난 유람선은 길고 우렁찬 뱃고동을 울리며 청풍나루를 향해 여유롭게 떠내려가고...

옥순봉 너머 충주호의 짙은 에메랄드 빛 강물이 옅은 코발트 빛 하늘과 어울러 환상적인 풍경을 빚어냅니다.

첫 목적지 구담봉은 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뾰족이 솟은 바위산입니다.

얼마 전까지 밧줄을 타고 올랐었는데 이젠 편하게 계단을 놨네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게 수직에 가까운 계단은 밧줄을 타고 오르는 것만큼 두렵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덩달아 심장도 바운스...

가을 산에선 아무 여자나 심지어 이영자도 박지선도 그냥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가뿐하게 해발 330m 구담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조심스럽게 전망대에 다가서면...

전두엽이 황홀해 지고 짜릿해 지는 멋진 풍광이 펼쳐집니다.

잠시 발아래 펼쳐진 경치를 즐기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금수산과 좌측에 망덕봉이 보이고...

우암 송시열 선생이 극찬해 마지않은 도락산과 황정산도 굵직하고 씩씩한 능선 어딘가 숨어 있습니다.

가을 하늘이 공활해 멀리 월악산 영봉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소백산 제2 연화봉에 서 있는 강우 레이더 측량소도 손에 닿을 듯 무척 가깝습니다.

10월 중순이면 장회나루 일대는 유람선을 타려는 행락객과 제비봉을 오르는 등산객이 타고 온 수백 대의 버스와 승용차가 한데 엉켜 거대한 주차장이 됩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유람선 타기란 하늘의 별 따기... 로또 4등 당첨되기...

장회나루 뒤편엔 제비봉 능선이 어디론가 날아갈 듯 날렵하게 이어집니다.

청풍나루 발 장회나루 행 유람선...

유람선은 많이 타 봐서 느낌 알지만, 바람을 가르는 경쾌한 보트는 어떤 느낌일까?

구담봉을 내려와 옥순봉으로 향합니다. 구담봉에서 옥순봉까지 거리는 약 30분 정도...

충주호에서 불어오는 푸릇한 강바람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마른 낙엽 속으로 달아납니다.

옥순봉은 희고 푸른 바위들이 마치 대나무 순 모양으로 천여 척이나 힘차게 치솟아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해서 퇴계 이황 선생이 옥순봉이라 명했다고 합니다.

옥순대교의 빨간 조형물이 주위 풍광과 무척 잘 어울립니다.

찍은 사진은 바로 카톡으로 날려야... 가을산에선 이영자도 박지선도 모델이 되고...

몇 번이나 유람선을 타 봤는데 또 타고 싶네요.

왔던 길로 돌아가지 않고 샛길로 빠집니다.

올해는 오랜 가뭄으로 단풍이 물들기 전에 낙엽이 지는군요.

내가 보기드문 조각 몸매인데 반사경에 비친 모습은 배둘레햄이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마음속 정겨운 마을을 지나갑니다.

보이는 풍경만큼 농사가 멋졌으면 지금 당장 농사를 시작할 텐데.

이 가을 따스한 햇볕 아래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입니다.

바람에 여자의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는군요.

어느새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동안 지독한 몸살로 몸도 마음도 푸석푸석했는데 새 피를 수혈받은 기분입니다. 이제 석 달 열흘은 거뜬하기를 바라며 지난 아픔을 여름의 뒤안길로 날려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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