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일 35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밤에도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계속된다. 더위에 몸이 허하면 몸에서 기가 빠져 기진맥진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
옛 선조는 여름 더위에 잘 못 먹어 기운을 잃을까 봐, 초(初) 중(中) 말복(末伏) 날을 정하고 허한 기운을 음식으로 보했으니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은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떨어질 때 먹으면 허한 기를 보한다고 했다.
토요일이지만 집사람이 당직이라 출근하면서 저녁에 먹을 삼계탕 재료를 준비해 놓고 갔다.
홍미삼을 한 봉다리 내놨길래 그걸 다 넣으면 되는 줄 알고 다 넣었더니, 비싼 걸 다 넣었다고 엄청 뭐라 그런다.
그럼 처음부터 지가 하던가!!!
우리 가족은 동물의 껍데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껍질을 몽땅 벗겨 내고 기름치를 제거한 다음, 황기, 대추, 통마늘을 넣고 두어 시간 약한 불에 푹 삶는다.
닭 삶을 동안 닭죽을 끓일 찹쌀도 깨끗이 씻어 불려놓고...
야채도 잘게 썰어 준비해 놓았다.
닭이 적당히 익었으면, 위에 뜨는 기름을 떠낸다.
삼계탕과 함께 먹을 반찬은 봉화군 소천에서 자란 고랭지 무와 새우젓으로 담근 깍두기,
석포면 깊은 계곡에서 채취한 자연산 곰치를 간장에 절인 곰치 장아찌,
그리고 장모님이 주신 무 장아찌,
작년에 담근 묵은지,
적당히 익은 열무김치....
집사람이 봉화군 석포면에서 얻어 온 막장은 쌈장으로 최고다.
막장은 메주를 빻아 만든 가루에 밀, 멥쌀, 보리 등의 전분질을 넣고 소금을 넣어 10여 일 숙성시킨 뒤 먹는 속성 된장이다. 막 담가 먹는다고 하여 막장이라고 하며 영양이 풍부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막장의 부드러운 질감과 적당한 점성, 콩을 통째로 씹는 느낌... 이런 거 자주 먹다 보면 사먹는 쌈장이나 된장은 음식 쓰레기 수준이 되버린다.
잘 삶긴 닭은 뼈를 잡고 흔들면 살은 속 빠지고 뼈만 남아야 하고, 같이 넣은 대추나 마늘은 퍼지지 않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비결을 약한 불에 오랫동안 삶는다는 거...
퍽퍽한 고기를 쌈 싸 먹는 동안 소금을 넣지 않은 국물을 함께 먹으면 좋다.
고기를 먹는 동안 불린 찹쌀을 넣고 닭죽을 쑨다. 먼저 불린 찹쌀을 넣고,
충분히 끓인 다음 야채를 넣고 은근히 조린다.
요즘 너무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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