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오산을 오르기 위해 대구, 구미, 상주, 고령, 영주, 문경에서 산 좀 탄다는 선수들이 모였다. 히말라야를 보름 동안 다녀온 문경 선수가 꺼낸 양주를 시작으로 1차를 하다가, 일부는 숙소로 돌아가고 나와 몇은 근처 주점에서 12시까지 마셨다. 숙소로 돌아와 가볍게 몇 잔 더 하고 2시쯤 자리에 누웠으나, 선수들 코 고는 소리에 서너 시간도 못 잔 것 같다.
선수들 대단하다. 그렇게 술을 먹고도 7시에 일어나 일부는 8시쯤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9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높이 976m 금오산.
출발지 해발이 93m, 정상까지 4km 거리를 870m 올라야 한다. 경험상 이 정도면 술 안 먹고 몇 달 몸 만들어 올라도 숨이 턱까지 찬다. 어젯밤 선수들 코 고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설쳤더니 머리도 띵하고 몸 여기저기가 찌뿌둥한 게 컨디션이 엉망이다.
신라 말기 도선대사가 세웠다는 해운사
해운사 바로 아래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금오산성, 고려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이곳 금오산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였나 보다. 금오산성은 적의 침략을 막는 역활 보다는 피난처 같은 곳이었던 것 같다.
대해폭포, 높이가 까마득한 폭포를 기준으로 좌측으로는 금오산 현월봉으로 우측으로는 도선국사가 수도하던 도선굴 방향이다. 도선굴은 하산할 때 가 보기로 하고 끝을 알 수 없는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른다.
어제 먹은 술이 과했나?
소백산 희방사에서 연화봉 사이에 깔딱재가 있다. 하도 가팔라 숨이 깔딱 넘어간다고 해서 깔딱잰데 할딱고개는 깔딱재에 비하면 평지수준이다.
도선굴에서 본 대해폭포와 할딱고개를 잇는 나무계단
할딱재 전망대에서 내려본 구미시,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서너 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산이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서로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으니 축복받은 나라다.
할딱고개를 넘으니 본격적으로 가파른 구간이 시작된다.
해발 900m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약사암
약사암 위에서 바라본 구미시
약사암을 지나 약 2분 정도 오르면 금오산 제1봉 현월봉(976m)이다. 넓지 않은 정상에 TV 중계소, 이동통신기지국, 주한 미군 통신기지국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점심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내려가서 따끈한 국밥 한 그릇 하자는 구미 선수말에 바로 하산
신라 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약사암
수십 길 약사봉 절벽에 자리잡은 약사암
마애보살입상
고려 시대의 불상으로 보물 제490호
약사암을 조금 내려서면 오형돌탑을 만난다. 오형돌탑은 자식을 먼저 보낸 어느 아버지가 자식의 명복을 빌며 하나하나 쌓았다고 한다.
한 사람이 쌓았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수십개 돌탑을 보면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간절하고 애틋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오형돌탑에서 내려본 칼다봉. 그 아래 해운사와 케이블카 타는 곳이 보인다.
선수들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온갖 폼을 다잡고 사진을 찍어대는데,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는 보는 것 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린다.
아래 사진을 보면 얼마나 높은지 감이 온다.
하산길에 대해폭포에서 도선대사가 수도를 했다고 하는 도선굴을 올랐다.
도선굴 가는 길은 깎아지는 듯한 칼다봉 절벽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돌을 쪼아 길을 만들었다.
절벽 곳곳에 암벽등반에 사용하는 피톤이 녹쓴 채 박혀있다.
도선대사가 수도를 했다고 전해지는 도선굴 안이 꽤 넓다.
도선굴에서 건너다본 대해폭포와 할딱재를 잇는 나무계단
도선굴 옆에는 칼다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얼어 거대한 고드름이 달렸다.
바로 옆에서 보면 별로 크지 않지만, 오형돌탑이 서 있는 절벽에서 건너보면 수십미터는 된다.
도선굴에서 내려본 해운사
해운사 아래에 있는 지하 160m 암반수 영흥정
하산 후 구미 선수가 추천한 쇠고기 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따끈한 국밥 한 그릇 하고 나니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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