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맞는 막걸리가 없으니 직접 담가 먹을 수밖에... 중이 절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직접 절을 짓는 꼴이다.
막걸리 담글 요량으로 며칠 전 시골에 가서 항아리를 가져다 놓고 많이 망설였다. 막걸리는 온도에 민감한데 여름이고 장마철이라 과연 제대로 발효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많이 망설이다가 시도한다.
부산 금정산성 누룩이 더 깔끔하다고 하는데, 온도와 날씨에 아주 민감하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는 광주 송학곡자를 사용했다
곡자라고도 하는 누룩은 막걸리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재료다. 누룩은 쌀이나 밀을 빻은 후 물로 반죽하여 누룩 틀에 넣고 성형을 하여 곰팡이균을 번식시킨 것이다. 크기와 두께에 따라 술의 맛과 품질이 달라진다고 하니 누룩이 술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판매하는 막걸리 대부분은 우리나라 전통 막걸리에 사용하는 우리 누룩이 아닌 일본식 누룩인 입국으로 만든다.
우리 전통 누룩은 여러 가지 곰팡이와 효모가 있어 누룩으로 만든 술은 다양하고 깊은 맛을 내지만, 밀이나 쌀을 쪄서 만드는 입국은 단일 곰팡이만 번식시켰기 때문에 누룩처럼 다양한 맛과 향은 없다.
그러나 깨끗한 술맛을 느낄 수 있으며, 항상 비슷한 술맛을 만들 수 있어 양조장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고두밥과 누룩, 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항아리에 담고 3~5일 정도 두면 발효가 되면서 술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밑술 또는 단양주라고 한다.
밑술을 담은 지 48시간 후 덧술과 물을 치면 이양주, 이양주에 다시 덧술을 치면 삼양주가 된다. 여기서 덧술은 고두밥을 말한다.
누룩에 들어있는 효소가 탄수화물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들고 효모가 포도당을 알코올로 분해 하지만, 누룩이 많이 들어가면 누룩 내가 많이 나고 술맛이 떨어지며, 숙취도 심하다. 또한, 효소는 알코올 도수가 18% 이상이면 죽는다. 덧술을 치는 이유가 누룩 사용량을 줄이면서 발효를 오랫동안 지속시켜 술맛을 좋게 함이다.
일단 단양주를 목표로 하고 발효되는 상태를 봐서 덧술을 치든지 해야겠다.
재료는 쌀 2kg, 누룩 1kg, 생수 5L
멥쌀 보다는 찹쌀이 고두밥(지에밥)보다는 떡이나 죽, 범벅으로 만들어 담는 게 더 맛이 좋다고 한다. 물은 끓인 다음 식혀 사용하든지 아니면 시중에 파는 생수를 사용한다.
먼저 멥쌀 2kg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는다. 이를 100 洗(세)라고 하는데, 100번을 씻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깨끗하게 씻으라는 뜻이다.
깨끗하게 씻은 쌀은 여름에는 반나절 겨울에는 한나절 정도 불린다.
불린 쌀은 건져 채반에 건져 2~3시간 정도 물기를 뺀다.
물기를 뺀 쌀을 찜통에 넣고 쪄 고두밥(지에밥)을 만든다. 약 30~40분 정도 찌고 30분 정도 뜸을 들인다.
고두밥을 짓는 동안 항아리를 소독한다. 막걸리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는 철저하게 소독해야 술이 시어지지 않는다.
나는 끓는 물을 세 번 부어 소독했다.
고두밥과 섞기 1~2시간 전에 소독한 항아리에 누룩과 생수를 넣고 잘 섞는다.
술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위에 뜨는 불순물은 걸러 낸다. 불순물을 걸러내는 채도 끓는 물에 소독한 다음 사용한다.
뜸을 들인 고두밥은 위아래를 뒤집어 가면서 충분히 식힌다.
식힌 고두밥을 누룩과 잘 섞는다. 너무 세게 문질러 밥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골고루 섞는다.
막걸리 발효는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 내용물 온도가 30도가 넘어가면 술이 시어져 버리니 광목으로 덮어 시원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익혀야 한다.
8시간 정도 지나면 뽀글뽀글 술 끓는 소리가 나면서 발효가 시작 된다. 발효되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잘 저어준다.
잘 익거라 며칠 후 상태를 봐서 그냥 거르든지 덧술을 치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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