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소리는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같이 청아하고 술 익는 냄새는 가마솥에 눌어붙은 누룽지처럼 구수하다.
술 단지에 귀 기울이면 첫날은 장대비가 지나간 개울처럼 성난 소리를 내다가 둘째 날엔 잔잔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술이 익을 무렵에는 옹달샘에 어쩌다 떨어지는 한두 방울 물소리처럼 맑고 고요하다.
발효가 될 때 온도가 높으면 시어 버린다. 낮에는 시원한 곳에 보관하고, 때에 따라서는 대야에 항아리를 담가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아침 저녁으로 손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다음 골고루 저어준다.
밤에는 집안이 더워 시원한 베란다로 옮겼다. 술 익히는 동안 외부 온도는 20~25도 사이, 항아리 온도는 25~30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이하가 되면 발효가 더디고 그 이상이면 시어진다.
덧술을 치고 싶어도 집안이 너무 더워 술이 상할 것 같아 3일째 되는 날, 술 담은 지 정확히 72시간 후 술을 걸렸다. 술 거르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는 팔팔 끓여서 소독한다.
먼저 술 지게미를 걸러내고
다시 고운 보자기에 넣고 걸른다.
술 지개미는 생수를 부어 알뜰이 헹궈낸다.
원액 1.5리터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술과 물의 비율을 1:1.5 정도로 희석했다.
오른쪽이 수제 막걸리 왼쪽은 법전 청량주다. 누룩을 사용한 수제 막걸리 색이 더 짙다.
막걸리를 다 거르고 나니 새벽 2시 밤이 깊었지만, 부침 반죽에 고추장을 조금 넣어 풋고추 전을 지졌다.
원액은 한 사발만 먹어도 취할 정도로 독하다. 파는 막걸리에 비하면 단맛도 톡 쏘는 맛도 없지만, 누룩 내가 은근하고 마시고 난 후 입안에 가루 뿌려 놓은 것 처럼 텁텁한 게 부침개랑 잘 어울린다.
희석한 막걸리도 두 잔 마시니 벌써 취기가 올라온다. 하루 더 숙성 시키고 모레 친한 사람 불러다 닭 한 마리 삶아 마셔야겠다. 나머지는 이웃에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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